내 아이 주인공 시대—엄마가 직접 만드는 그림책

기저귀를 벗기 전에, AI로 마음부터 준비시켰다

by 아이그로우

밤 열 시.
집안일 끝내고 나서야 책상에 앉는다.
오늘도 둘째 전용 그림책 파일을 켰다.
그리고 하루 동안 머릿속에만 떠다니던 문장들이 모니터 빛 아래로 차분히 내려앉는다.

둘째는 이제 31개월.
수술을 한 탓에 변비가 심하다. 응가가 돌처럼 굳고 기저귀엔 자국만 찍히는 일이 자주있다.
“기저귀 떼기”라는 성장 미션이 우리 집에서는 재활 과목에 가깝다.
찾아간 의사도 상담사도 한목소리로 말했다.
“서두르지 마세요, 기능이 먼저예요.”
맞는 말이지만, 아이 마음 준비는 누가 챙겨 주나 싶다.

서점에 가서 그림책을 뒤졌보았다.
대부분은 “응가 잘 나오는 건강한 아이” 이야기.
우리 사정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GPT를 불러냈다.
“맞춤 그림책 없냐?” 묻자 없단다.
그럼 그 내용에 맞춰서 직접 만들어보자고.

아이 사진 몇 장 던져 넣자 캐릭터가 순식간에 탄생했다.
이름도 실명 그대로 박고, 애착 인형은 든든한 조수로 세웠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현실감 있게 짰다.
배 속 돌집을 짓고 버티는 변비 괴물.
주인공이 물‧채소‧깊은 숨으로 괴물을 조금씩 깨트린다.
어제 실패했다면 “오늘은 몸이 쉬고 싶다”는 설명을 붙여 좌절 대신 신호로 받아들이게 했다.

이미지 모델이 아이 얼굴을 그대로 옮겨 주니 효과가 즉각적이다.
책장을 넘기며 아이가 외친다.
“이건 나야!”
그날부터 물컵 찾는 횟수가 늘고 화장실 문도 스스로 연다.
동일시 학습이 이렇게 강할 줄은 솔직히 나도 몰랐다.

만들면서 나도 배웠다.



개인화 교육은 거창한 시스템보다
“우리 집 이야기”에서 출발한다는 걸.
AI 도구가 출판 공정을 한 손으로 줄여 주자,나는 아이에게 꼭 맞는 목소리를 직접 담아 낼 수 있었다.
미래 교육이란, 아마도 부모가 즉석에서 맞춤 솔루션을 조립할 수 있는 환경 아닐까.

이번 주엔 출력본을 하드커버로 묶을 거다.
책등에 아이 이름을 금박으로 찍고 첫 장에 날짜와 “엄마가”라는 서명을 남길 예정.
책을 받아 든 아이가 속옷 차림으로 “나도 해볼래”라며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변비 괴물도 짐을 싸겠지.



혹시 시장에 없는 책, 교구,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본 적 있어?
가장 큰 벽은 뭐였어?
시간, 기술, 자신감…
아니면 “내가 해도 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네 경험을 들려줘.
작은 노하우가 모이면 다음 세대 표준은 우리가 새로 쓰게 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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