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했던 하루, 이야기의 세계가 열렸다
그날 승재가 또 그랬다.
“엄마, 뭐 재밌는 거 없어?”
TV도 질리고, 장난감도 싫고, 책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그냥 툭 던졌다.
“AI한테 물어볼까? 뭐 하면 재밌을지?”
GPT가 대답하길,
“같이 영웅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순간 승재 눈이 반짝했다.
“그럼 로봇 이야기 만들래!”
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카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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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줄거리 같은 건 없었다.
GPT가 계속 질문을 던졌고,
승재는 하나하나 대답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주인공은 누구야?”
“이 적은 왜 생겼어?”
“이 도시는 어떤 곳인데?”
승재는 말하면서 점점 몰입하기 시작했다.
카톨은 따뜻한 로봇 영웅이고,
트렉터는 과묵한 친구.
브로크는 원래 착했지만 상처받고 나쁜 편으로 돌아선 악당.
하나씩 설정을 만들어가면서,
이 캐릭터들이 AI 속에서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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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카톨이 진짜 말하는 거 같아. 내 생각을 이야기로 만들어주니까 재밌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이건 그냥 심심풀이가 아니구나’ 싶었다.
그날 이후, 승재는 매일 카톨 시즌 2, 시즌 3…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GPT는 대사를 정리해주고, 상황을 연결해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승재가 AI가 써준 긴글을 멈추지 않고 집중해서 쭉 읽고 있는 걸 봤다.
원래 긴 글은 중간에 건너뛰거나 흥미를 금방 잃는 편이었는데,
이번엔 다 읽었다.
자기가 만든 캐릭터들이 말하고, 움직이고, 반응하니까
읽는 게 아니라 “같이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엄마, 여기서 카톨이 이렇게 말하잖아”
“브로크는 원래 슬펐던 거야. 다음엔 용서받게 할까?”
자기가 만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더 보고 싶어서,
저절로 글을 읽고 이해하고, 다음을 상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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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와준 건 없다.
승재가 만들어낸 이야기고,
AI가 거기에 반응해준 거고,
나는 그 과정을 그냥 옆에서 지켜봤을 뿐이다.
그리고 어느새 깨달았다.
이건 그냥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었다.
아이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문 하나가 열린 거였다.
처음엔 그냥 “재밌는 거 없을까?”였는데,
이제는 우리가 같이 만든 세계가 생겼다.
그 시작은 단순했지만, 의미는 꽤 컸던 것 같다.
시작은 단순했지만,
AI와 함께 만든 이야기는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