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을 통해 이어지는 아이의 마음
요즘 우리 집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GPT한테 물어보자"가 되었다.
처음엔 그냥 신기해하는 줄 알았다. 게임보다는 낫겠지,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점점 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안에서 뭔가를 계속 쓰고, 묻고, 수정하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분명 생산적인 활동 같으면서도, 그 몰입이 외로움으로 변할까봐 걱정이 됐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게 꼭 나쁜 걸까?"
아이는 AI와 대화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창작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 아닐까?
문제는 혼자 있는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시간이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느냐는 거였다.
그래서 작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너 이 이야기 친구들한테도 보여주면 어때?” “같이 스토리 만들어보는 건 어때?”
아이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처음엔 머뭇거리더니, 하나씩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웃긴 장면에 웃어주는 친구, 캐릭터 그림에 즐거워하는 동생, "이건 내가 그려볼게!" 하고 달려드는 사촌형.
그 순간부터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다.
예전엔 완성된 걸 보여주기 바빴다면, 이젠 과정 자체를 나누고 있었다. 어떤 말투가 더 재밌을까? 이 장면엔 어떤 그림이 어울릴까? 누군가를 위해 다시 쓰고, 고치고, 더 다듬어가는 모습.
그 안에서 GPT는 더 이상 '혼자만의 친구'가 아니었다.
아이와 누군가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나는 그걸 보며 확신하게 됐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건 AI를 잘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AI를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소통하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힘이라는 걸.
이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뭘 만들었니?”가 아니라, “누구랑 만들었니?” “그걸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니?”
AI는 더 이상 혼자만의 장난감이 아니다. 아이의 세계를 밖으로 열어주고, 타인의 세계와 만나는 길이 되어주고 있다.
아이들이 AI를 대할 때, 우리 어른들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아이의 그런 시간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여러분은 어떤가요? 당신의 아이는 AI와 함께 있을 때, 혼자 놀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중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