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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일 Nov 28. 2024

배달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이 되었을까?

더 빠르게, 더 가까이, 배송에서 배달로 : 오늘 주문, 오늘 도착

기다리는 즐거움


택배를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출고되었습니다’라는 알림과 함께 배송 상태를 확인하며 며칠 뒤 문 앞에 놓일 택배를 상상하죠. 하지만 이제 그런 기다림조차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아직도 왔어?”라는 생각과 함께 당연하게 건이 바로 도착하는 서비스를 기대합니다. 

그렇습니다. 배송에서 배달로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배송과 배달, 같은 듯 다른 두 개념

배송과 배달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배송은 대규모 물류를 정해진 시간과 경로에 따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주로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중시하며, 대량의 물건을 안정적으로 옮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반면에 배달은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로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요청에 따라 즉각적으로 움직이고, 필요한 순간과 장소에 정확히 맞춰 물건을 전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배송이 "대규모 효율"을 말한다면, 배달은 "빠르고 정확한 대응"을 말합니다.

출처 : Unsplash의Claudio Schwarz


바쁜 한국인의 삶, 배달이 자리 잡은 이유


철가방이라고 불렸던 중국집 배달부터 시작해 배달이 빠르게 자리 잡은 배경은 한국만의 독특한 환경이 있습니다. 우리는 긴 노동 시간과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시간을 절약하려는 성향이 강합니다.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보는 시간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배달은 최적의 선택지입니다. 더불어 국내의 물류 인프라는 배달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밀집된 도시 환경과 높은 인구 밀도 덕분에 배달원들은 여러 요청은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고, 더욱 빠르고 정교한 배달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남의 집 택배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우리나라의 암묵적인 룰이 새벽에 문 앞에 놓인 배달 상자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출처 : Unsplash의Dennis Siqueira


네이버 지금배송: 동네 상점과 나를 연결하다


배달은 이제 집 앞 마트, 집 근처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네이버가 물류업체와 협력을 통해 내년 상반기 지금 배송이라는 신규 서비스를 도입해 기존 배달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네이버 지금배송은 사용자가 필요한 물건을 검색하면, 가장 가까운 상점에서 1시간 이내로 물건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또한 새벽배송, 희망일 배송 등 고객에게 많은 선택권과 편리함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네이버 플러스 등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며, 사용자의 물류 경험 확장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단위로 배달에 준하는 배송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이커머스 산업의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예정입니다.

네이버 도착보장(출처 : 네이버 활용백서)



쿠팡 로켓배송: 기다림의 기준을 바꾸다

사실 맨 처음 배송을 배달에 가깝게 물류를 변화시킨 것은 쿠팡의 로켓배송이었습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이라는 서비스는 택배가 2~3일 걸리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에 등장해 사용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쿠팡은 자체 물류망과 AI 기술을 활용해 물건이 사용자를 기다리게 만드는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쿠팡은 커머스 시장을 평정합니다. 사용자들은 시간을 아껴주는 쿠팡의 서비스에서 새로운 편리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고, '속도가 곧 신뢰'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게다가 쿠팡은 와우 멤버십을 활용해 쿠팡이츠, 쿠팡 플레이 등 자사 서비스를 제공해 다양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쿠팡 로켓배송(출처 : 쿠팡 홈페이지)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품질과 신선함을 더하다

쿠팡이 배송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았다면, 마켓컬리는 여기에 ‘신선함’을 더했습니다. 특히 신선식품은 빠른 배송뿐만 아니라 품질 유지가 중요한데, 마켓컬리는 철저한 저온 유통 시스템(콜드체인)을 통해 아침 식탁에 오를 신선한 채소와 재료를 새벽에 배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르고, 신선하며, 믿을 수 있다.” 이 간단한 메시지는 마켓컬리가 사용자들에게 전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덕분에 사용자는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경험을 얻게 되었습니다. STP가 정말 정교했고 컬리의 가치 전달은 제대로 통했습니다.

컬리의 퍼플박스(출처 : 컬리 홈페이지)


배달의 민족: 클릭 몇 번으로 문 앞에

코로나19 팬데믹은 배달 서비스의 성장을 가속화했습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음식 배달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음식을 받을 수 있다는 경험은 시간 절약은 물론, 사용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어느덧 대한민국은 배달의 민족 없이 살 수 없는 민족이 되었고, 특히 배민라이더스와 같은 자체 배달 시스템을 통해 배달 품질과 속도를 높이며 사용자들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최근 수수료 등 여러 이슈가 발생하고 있지만 배달 패러다임을 바꾼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출처 : 배달의 민족 홈페이지


기다림 없는 세상, 배달이 만든 작은 혁명

배송에서 배달로의 변화는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배달은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새로운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이제 “언제 오지?”라고 기다릴 필요 없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물건이 도착하는 세상이 된 거죠. 기술이 더해지면서 앞으로 배달은 더 짧은 시간, 더 개인화된 방식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AI 기반 예측 배송으로 냉장고에 우유가 떨어지기 전에 주문하지 않아도 새 우유가 문 앞에 도착하는 등 필요한 물건을 미리 준비하는 시스템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멀지 않았습니다. 또한, 드론이 물건을 배송하고, 로봇이 복도를 지나 문 앞에 배달하는 모습이 곧 우리의 일상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배달은 더 빠르고 편리하게, 더 지속 가능하게 우리와 함께 진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용자, 바로 우리가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 배달로봇 딜리(출처 : 배민다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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