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영화 '너의 이름은'을 보고.

by ㅇㅈㅇ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제목을 완성된 문장으로 만들어보자면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일 것이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다."는 김이 빠진다. 두 주인공은 꿈이라는 경로를 통해서 서로의 몸이 바뀌는 경험을 한다. 처음 만져보는 젖가슴, 이성의 성기를 통한 배변, 하루종일 이어지는 아르바이트 후 녹초가 된 몸, 동경하던 선배와 '썸'을 타며 처음 잡는 손, 등에 업힌 할머니의 체중으로 휘청이는 무릎, 신에 대한 제사 후 눈이 부신 황혼 빛. 이처럼 살갗으로 체험하는 것들마저 꿈에서 깨어난 후엔 기억 속으로 어렴풋이 사라진다. 어제의 내가 갇혀있던 육신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리지만,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는 사실만은 더욱 또렷해진다. 무엇을 잊어버린지도 모르는 체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처럼.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에게 골몰한다. 뒤틀린 시간 속에서도 서로를 상상하고, 찾아간다. 시골 소녀의 도쿄 상경, 발신 실패의 전화들. 골몰은 서로의 몸이 더이상 바뀌지 않게 된 이후 더욱 깊어진다. 타키는 전에 없던 텅빈 멜랑콜리의 눈빛으로 기억속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옮기고 미츠하와 관련된 단서의 기사와 책을 닥치는대로 읽는다. 마치 라캉이 이야기하는 욕망의 대상을 찾는 듯하다. 욕망의 대상은 무언가를 잊어버렸다는 점에서 분명히 존재하지만 상징계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다. 두 사람이 이어지는 경로가 꿈이라는 점과 할머니가 말해주는 세계관마저도 라캉의 진리를 떠올리게 한다. 할머니의 세계관에서 시간이 흐르는 것,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무스비' 즉 신의 작용이다. 신과 인간을 잇기 위해서, 다시 말해 인간이 생명을 얻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소중한 것을 바쳐야한다. 제단에 올라가는 것은 미츠하의 절반인 쌀을 씹고 뱉어 만든 술이다. 씹어 뱉는 과정을 마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은 사춘기 소녀 미츠하에게 수치이다. 마을 학생들에게 놀림 거리가 된다. 인간은 창피함과 수치를 거친 후에야 삶을 얻는 것인데, 정신분석에서 거세의 이미지가 투영된다. 거세된 인간들은 뒤틀린 경계를 뛰어넘어서까지 서로를 추구한다. 타키와 미츠하처럼, 원초적 욕구를 사회가 지어준 옷 속에 감춘 채 방황하는 우리 모두처럼.

(* 할머니와 미츠하가 지키는 신전에서 벌이는 제례 의식은 그 내용은 구전되지 않고 형식만이 남아 반복된다.)

영화는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라는 질문 이후의 상황은 보여주지 않는다. 마침내 서로에게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던진 30초 후 '너의 이름은 무엇이다'의 상황으로 돌입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기죽은 취준생 타키와 시골소녀 미츠하가 mbti e들의 첫만남처럼 자연스럽고 세련된 연애를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서로에 대한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사랑을 키워나간다고 해도, 두 사람이 영원 불멸의 사랑을 하게 될까? 영원 불멸의 사랑이 존재하기는 하는가? 언젠가는 타키가 '여느 남자'처럼 식어버린 사랑에 미츠하를 뚱하게 대하진 않을까?(타키가 그러면 타키 찾아가서 혼내줄 거임 진짜임;;) 아름다운 영화의 아름다운 결말에 찬물을 뿌릴 생각은 없다. 타키와 미츠하의 만남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서로는 이승과 저승이 이어지는 곳에서 시간이 이어지는 '황혼'에 만나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의 생명을 구제한다. 욕망과 만남은 삶이고 생명이다.

주목할 점은 황혼의 시간 이후 찾아오는 것은 이 세상 끝의 천국이 아니라 그날 밤, 다음날 아침, 다음날의 황혼이라는 것이다. 황혼의 만남 후에는 추구하던 대상에 대한 완벽한 이해나 욕구의 완벽한 성취가 아니라 또다른 잃어버림이 온다. 타키와 미츠하는 황혼 이후에도 서로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황혼 이후에 그들이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실제로 마주친 이후 펼쳐질 그들의 삶에 영원불멸의 사랑이 없다고 해도 그들의 질문은 아름답다. 미츠하와 마을 사람들을 살린 것은 서로의 이름을 뚜!렷!이 알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이름이 무엇인가를 끊임 없이 질문했다는 사실이니까. 주인공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닳았을 때, 속으로 외쳤다 "나도..! 나도 태어났는지 안태어났는지도 모를 내 미래의 여친을 찾고 있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미래의 꿈도..!" 황혼은 매일 반복된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 우리의 욕망도 반복돼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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