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책방 이야기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님이 단 한 번도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 작품이 있다고 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라는 제목의 이 책은 오는 2114년에 공개가 된다.
지난 2019년, 한강 작가님이 5번째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면서, 노르웨이 공공예술 단체 미래도서관에 이 작품을 전달한 것이다.
미래도서관은 2014년부터 매년 “올해의 작가”를 선정하고 그들의 미발표 원고를 한 권씩 모아서, 100년째가 되는 2114년에 그 작품들을 발간하는 장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원고는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이 되며, 책은 2014년부터 100년간 심어둔 1,000그루를 사용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미래도서관의 아이디어가 참으로 감동스럽다.
100년 후의 누군가를 위해 지금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 이는 단순히 글을 남기는 것을 넘어서, 시간을 초월해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는 행위 같다.
마치 타임캡슐을 타고 먼 과거로 날아가는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현재의 우리들은 100년 후의 세계를 상상조차 못한다.
지금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고,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고민들이 사라져버린 그런 세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미지의 세상에 한강 작가님의 글이 펼쳐진다고 생각하니,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전율이 느껴진다.
당시 한강 작가님은 원고를 전달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의 원고가 이 숲과 결혼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기도 하고,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기도 하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한국에서는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나 소복, 홑청으로 흰 천을 사용하기에 이 소중한 원고도 흰 천으로 감싼 것이라고 설명을 하셨다.
한강 작가님의 “흰 ”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아서, 얼른 책 주문을 먼저 했다.
“사랑하는 아들에게”라는 책 제목 외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채 봉인이 된다.
현재로서는 단지 제목만으로 그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짐작해 보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런 방도가 없는 것이다.
다만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인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 기사들만 있을 뿐이다.
한강 작가님은 2029년 서울 국제도서전 강연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으시단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우리 모두가 죽어서 사라지는 100년 후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미래에 대한 기도 같기도 했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글을 썼다고 작가님은 말씀하신다.
2114년이면 난 이미 이 세상에 없다. 한강 작가님과 그렇게 사랑하는 아드님조차도 그 자리에 없을 것이라고 하시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점점 더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있으니까, 아마도 작가님과 아드님은 어쩌면 그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품어본다.
그 영광스러운 장면을 못 본다는 것이 슬프지만, 100년 후에도 작가님의 작품이 온 세상에 퍼져나갈 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