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발도 나이를 먹는다!”
《 두발 혁명 》이라는 책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발 전문의로 익히 알려져 있는 김범수 교수님께서 하신 말이다.
교수님은 특히 노인들의 발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발 건강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한단다.
평생 나를 지탱해 주고,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던 나의 발에 대해, 이제는 제대로 공부를 할 때가 온 것이다.
손과 발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나의 삶을 표현하는 것 같다. 손은,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결과물들을 상징하는 것 같고, 발은, 이러한 결과물까지 가기 위해 걸었던 모든 여정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나의 손은 언제나 부지런했고, 나의 발은 그 손보다 더 부지런했던 것 같다,
이제라도 나의 불쌍한 발을 내려다보면서, 그리고 늙어가는, 아니 이미 늙어버린 나의 발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정말 수고했어. 앞으로는 잘 모실게~~"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발 건강을 챙겨야 하는 데, 뭐가 그리도 바빠서, 온전히 시간을 갖고 내 발 들여다보기를 게을리했을까?
발에도 노화가 온다는 것을 왜 미리 눈치채지 못했는지, 안쓰러울 따름이다.
이제는 발을 지키는 것이 나의 노년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하자.
“발이 건강해야 노년이 건강하다"라는 말이 가슴 깊이 스며든다.
평생 나를 지탱해 주고, 수많은 길을 함께 걸어온 발, 그 발이 이제는 주름지고 아파진다. 온전하게 걷는 것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노년의 삶은 더디지만, 그 발걸음 속에는 살아온 세월의 흔적과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다.
손은 늘 보이는 가까운 곳에서 사용을 하다 보니,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그 늙어가는 과정을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손등에 생긴 잔주름이라던가, 나이 들어가는 손의 변화를 보면서, 나 또한 이렇게 늙어가는구나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발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늘 신발이나 양말에 가려져 있고, 일부러 시간 내서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 멋쟁이들은 이런 발도 노상 관리를 하던 것 같던데, 자칭 무수리였던 나한테는 한갓 사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발이 늙어간다는 사실을 쉽게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젊었을 때, 유난히 손과 발이 작았던 나는, 손은 작고 아담해서 “부지런한 손”이라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그 덕분인지 가엽게도 내 손은 쉴 날이 없었다.
발 또한 작아서 구두 파는 곳을 가면 발이 참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들으면서, 내가 신은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더 사갈 것 같으니까, 조금만 더 앉았다가 가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행복해하던 그 시절이 잠시 떠올려진다.
발이 작아서인지 토끼처럼 참 잘도 뛰어다녔다. 내 발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발을 혹사한 것이다.
이제는 예쁜 신발이 있어도 신을 수가 없다. 구두 신은 내 발 모양이 예쁘다는 자신감에 꽤나 힘주고 다녔던 그때가 그립다.
무지 외반증과 족저근막염으로 오랫동안 고생을 해왔던 나는, 이제는 모양보다는 오로지 신었을 때의 편안함과 기능성만을 생각한다.
얼마 전에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신지 않고 모셔만 뒀던 예쁜 구두들을 다 버렸다.
이 작고 앙증맞고 예쁜 신발들이 한때는 나에게 작은 행복을 안겨다 주었다. 진열장에 전시돼있던 귀엽고 깜찍한 구두들을 보면서 가슴이 설렜고, 그 신발을 신고 거리를 걸으면 마치 세상이 내 발아래 있는 것만 같았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예쁜 신발을 신는다는 건, 단순히 외모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내 삶의 작은 행복이었고,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런 추억의 신발들을 정리한다는 것이 너무도 아까워서, 지인들한테라도 주고 싶었지만, 225를 신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 보니 눈물을 머금고 정리한 것이다.
이제는 이런 신발을 다시 신을 수 있다는 그런 희망 따위는 아예 품지를 않는다.
그 대신 어떻게 하면 안 넘어질 수 있는가에만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운동할 때 외에는 신지 않았던 운동화로 눈길이 간다.
다행히 우리 때와는 달리, 이제는 정장에도 운동화를 신는 것이 패션화되어서, 남 눈치 안 보고 마음 놓고 신을 수 있다는 것에 다소 위안을 삼는다.
오랜 세월, 미국에서의 고달픈 이민 생활은 나의 발과 무릎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루 종일 서서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한 생활을 오래도록 하다 보니, 온갖 병이란 병은 다 생겼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를 괴롭혔던 것이 무릎 관절염과 족저근막염이었다.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날카로운 고통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질러대던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그런 시절,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참으로 서글펐었네.
심한 무릎 관절염으로 걸음걸이가 저절로 “오다리”가 되는 내 모습을, 뒤에서 따라오던 남편이 보고는, 참으로 모질게도 잔소리를 해댔었다.
“왜 무릎이 아프냐고…”, 도저히 이해를 못 하던 우리 집 양반, 아픈 사람 보고한다는 말이 예쁘게 걸으란다.
왜들 남자들은 이 순간에도 예쁜 것에 집착하는지, 하늘이시여~~가 절로 나온다.
내 특유의 “죽기 살기로~~”라는 오기로, 걷기랑 무릎 근력운동을 열심히 한 결과, 지금은 남들 눈에는 전혀 환자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릎을 펴고, 남편의 바람대로 어느 정도는 예쁘게 걷고 있다.
지금, 그날의 내 아픔을 떠올리다 보니,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나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얼마나 치열했고,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삶의 이야기를 담았는지, 눈물 없이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소중한 나의 경험이다.
발은 하루하루 우리의 몸을 지탱하며 살아가지만, 그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은 너무 늦은 뒤에 찾아온다.
정형외과 족부 전문의 김범수 교수님은 늘 강조하고 또 강조하신다.
발 건강을 위한 발 스트레칭, 발가락 운동, 발바닥 마사지 등, 이런 사소한 관리를 절대로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침을 주시는데, 나에게는 이런 발가락 운동이 생각 외로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고는 괜히 또 서글퍼진다.
이제서야 새삼스럽게 내 발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주름지고 굳은살이 박힌 발바닥, 툭 튀어나온 무지 외반증, 그리고 퉁퉁 부은 발등. 왜 나는 내 발을 이지경이 되도록 내버려뒀을까라는 자책이 밀려온다.
젊은 날, 아니 환갑이 넘도록 온종일 서서 일하고, 쉴 틈 없이 뛰어다녔다.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다.
아무리 발이 아파도 참고 또 참았다.
결국 내 발은 천천히 무너져 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망가지지 않도록 이것 또한 노력할 것이다.
김범수 교수님 가르침대로, 발 운동도 열심히 하고, 발가락 스트레칭도 부지런히 하고, 발 마사지도 따뜻하게 해주면서 그동안 고생만 시켰던 내 발에 보상을 해 주고 싶다.
굳어버린 내 발가락에 “미안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내 발에 “고마워”라고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매일 조금씩 발운동을 하면서, 그동안 쌓인 세월의 굴레를 벗겨내보자.
하루하루를 함께 걸어온 나의 동반자, 나의 발이여~~
앞으로는 나의 발이 보내는 경고를 절대 무시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분신인 나의 발을 아주아주 소중히 대접할 것이다.
나를 위해, 나의 발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