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오늘의 좋은 글
자신의 가치는
다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올해로 나는 일흔두 살이 되었다.
그런대로 나름, 인생을 꽤 오래 살았다.
태어날 때부터 워낙 골골해서 오래 살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을 자주 들어와서인지, 지금 이렇게 칠십이 넘도록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는 너무도 기적 같은 일이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일을 겪고, 웃고, 울고, 사랑하고, 때로는 아파하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문득 돌아보니, 정작 내 가치를 내가 제대로 알고 산 적이 있었나 싶다.
어릴 땐 부모님 뜻대로,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주변 사람들 눈치 보느라고 바빴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까다로운 신랑 비위 맞추느라고 내 생각은 늘 뒤로 밀리기만 하다 보니, 내가 누구인지, 나라는 사람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나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이런 생각들은 아예 해보지도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가끔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면 “아유, 별거 아닌데요~~” 하며 손사래를 치기가 일쑤였고, 내 의견을 말할 기회가 와도 “난 괜찮아요”라면서 한발 물러섰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는 나를 스스로 희미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고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마침내 깨달았다.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내 가치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는걸.
“자신의 가치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엘리노어 루스벨트의 이 명언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세차게 때린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평생 내 가치를 정한 건, 내가 아닌 남들이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실 나를 가장 우습게 본 것도, 나를 가장 하찮게 만든 것도 바로 나였던 것이다.
그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왜 나는 스스로를 ‘무수리’라고 칭하면서, 나 자신을 깎아 내리고, 온갖 허드렛일은 도맡아서 하는 그런 미련퉁이 같은 생활을 해 왔
는지,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내 자신이 한심하면서도 가엾다.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마주했다.
그 안에는 어깨가 축 처지고, 깊어진 주름 사이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내가 서 있었다. 눈빛은 예전 같지 않았고, 한때 열정과 생기로 빛나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내려앉아 있었다.
순간, 가슴 한쪽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사람이 정말 나인가?’
언제 이렇게 늙어버린 걸까.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마치 오랜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증인처럼, 지나온 날들의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젊었을 때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았던 것들이, 어느새 세월이 내 흔적을 이토록 깊게 새겨놓았다는 사실이 낯설고도 아프게 다가왔다.
칠십 년을 넘게 살면서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얻은 건 하나도 없었다.
가족을 위해 희생했고, 수많은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도 했었고,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아픈 날도 용케도 참으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나는 내 가치를 너무도 ‘대단하지 않은 것’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던 것이다.
이제는 아니다.
내가 만든 음식에 남편이 행복해하고, 내가 베푼 작은 것이 누군가를 위로하고, 내가 그동안 힘들게 쌓아온 나의 삶의 경험이, 젊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게 얼마나 큰 가치이겠는가.
큰 것을 이루어야만 나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남들이 알아주는 그런 나의 가치가 아니라, 내가 인정하는 나의 가치 면 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나를 존중하는 연습을 쉬지 않고 해야겠다.
남의 의견이 아니라, 이제는 내 생각에 귀를 기울이자. 남이 뭐라 하기 전에, 나는 이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연습을 해보자.
어릴 적엔 질문을 많이 하면 혼나던 시절이 있었다.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마라”라는 말에 입을 닫았고,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라는 강압적인 말에 생각하는 법을 잊었다.
그렇게 자라다 보니, 요즘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 말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나한테는 여전히 낯설고 서툴다.
하물며,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건 더 어렵다.
하지만 어렵다고 피할 수는 없다.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건 결국 나 자신이기에, 이제부터라도 나에게 묻는 연습을 시작해야 한다.
작은 변화 하나가 나를 변화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나의 가치는 바로 나 자신이 만들어 간다.
나이 칠십이 넘고 나니, 이제야 알겠다.
내 가치를 정하는 건 오직 나뿐이라는 것을.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나는 나 스스로도 얼마든지 빛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더 이상 무수리로 살지 말고, 당당하게 왕비마마 대접받으면서 살아가자. 남들이 나를 무수리 취급한 게 아니었다. 내가 스스로 무수리로 살아온 것이다.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않았으니, 당연히 남들도 나를 그렇게 대했던 것이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어찌 남들에게 존중받기를 바라겠는가.
이제는 아니다.
더 이상 무수리로 살지 않겠다.
이제부터 나는 왕비마마로 살아갈 것이다.
왕비처럼 기품있게, 당당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면서 살 것이다.
나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자신의 가치는
다른 어떤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