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하다 녹내장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by 업글할매

하다 하다 이제는 녹내장이란다.


얼마 전에 안과에서 녹내장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진단과 함께 안약을 타왔다.


가능하다면 약이란 건 멀리하고 싶었지만, 시신경 보호를 위해서는 꼭 해야만 한단다.


무섭고 낯선 이름의 녹내장, 이제는 정말 외면할 수 없는 친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게 아니다.


3년 전쯤, 백내장이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이대로 두면 녹내장 올 수도 있어요“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그 말 한마디에 겁이 나서 바로 수술대에 올랐던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백내장 수술이 그렇게 무서운 줄을…


하지만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이후로는 안구건조증이 좀 심해진 것 빼고는 괜찮게 지내왔다.


눈이 뻑뻑하거나 침침한 날은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살았다.


그러다 이번에 덜컥 마주한 ‘녹내장’은, 이름부터가 왠지 섬뜩하고, 두렵다.


워낙 실명에 대한 경고로 무섭다고 알려졌던 병이라서 그런지, 진단받은 순간 겁이 덜컥 났던 것이다.


”이러다가 나도 언젠가는 앞을 못 보게 되는 거 아닐까?“


수없이 나쁜 상상들이 밀려왔고, 마음은 금세 얼어붙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 같다.

치료만 잘하고 생활 습관만 더 조심하면, 더 나빠지는 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 지레 겁먹지 말자.

눈앞이 흐려졌다고 마음까지 어두워지고 싶지는 않다.




아무래도 노화라는 친구가 이런 병들을 데리고 오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무나 다 걸리는 건 또 아니다.


우리 집 양반을 보면 그 대답이 나온다.

하루 종일 유튜브를 들여다보고, 눈에 대해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살아도 전혀 이상이 없다.


모든 것이 연구 대상인 사람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약골로 태어났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을 듯…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는 또 나답게 이겨낼 것이다.


웃으면서, 새로운 것 배우면서, 하루하루를 단단하게 살아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인생은 여전히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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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땐 정신력 하나로 웬만한 일을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노인‘이라는 이름표가 붙고 나서부터는, 그간 얌전히 숨어 있던 병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저 나이 든다는 것만으로도 병이 찾아오는 서글픈 인생이 된 것이다.


녹내장에 대한 설명을 있는 대로 찾아서 들어봤다.


고혈압 약을 장기간 복용하거나, 당뇨 같은 병이 있는 사람도 위험군에 속한단다.


눈이 다친 적이 있는 사람도 위험 도가 높아진다는 말에, 아뿔싸 했다.


아마도 17살쯤이었을 것이다.

교통사고가 크게 나면서 얼굴하고 다리를 심하게 다친 적이 있다.


그때 눈가 주위로 엄청난 부상을 입으면서 꼬맨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오른쪽은 부상이 덜해서 눈가 주위를 꿰매는 정도로 끝났지만, 왼쪽은 상처가 심해서, 살갗을 꿰매고 또 꿰매도 모자랄 만큼 심각했다.


그때 의사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왜 이제서야 생각이 나는지…

조금만 더 깊었으면, 어쩌면 실명할 뻔했다는 그 끔찍한 말…


그리고 한 말씀 더 하셨다.

아니, 어떻게 얼굴을 다쳤는데 그리 웃고 다니냐고…


사고 이전에는 양쪽 눈 모두 시력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사고 이후, 왼쪽 눈은 급격히 시력이 나빠졌고, 오른쪽 눈이 그 약한 쪽을 대신해 열심히 살아왔다.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다 보니, 당연히 오른쪽 눈의 시력도 덩달아서 나빠질 수밖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다쳤던 눈이 시신경에도 영향을 줬던 게 아닐까 싶다.


그 사고로 다쳤던 다리도, 신경통이라는 고질병으로 남아서 아직도 비가 오는 날이면 나를 괴롭히고 있다,


55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잊을 만하면 찾아와서 아픈 곳을 툭툭 건드린다.


그 시절엔 성형외과라는 것이 없고, 정형외과만 있어서, 중요한 여학생의 얼굴이 그대로 방치됐었다.


지금처럼 성형외과가 있었으면, 5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얼굴에 영광의 상처가 남아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젊었을 때는 이 상처가 보기 싫어서, 이마도 머리로 가리고, 눈 주변까지도 앞머리를 길게 해서 내리고 다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 뒤부터는 더 이상 감추지 않게 되었다.


앞머리도 들어 올리고, 눈가 상처도 더 이상 감추지를 않았다.


화장을 하면 흉터도 그리 도드라지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이를 먹으며 생긴 자연스러운 주름들이 그 상처마저도 품어주는 것 같아서, 오히려 고마운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그 봉합 자국도, 내 인생의 일부가 되었다.


늙어서 생긴 주름과 나란히 자리 잡으며 더는 부끄럽지 않은 흔적이 되었다.


고달팠던 시절, 아팠던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 만큼 성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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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꽤 잘 버텨왔다.

나름 건강 관리도 열심히 했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왔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찾아온 ‘녹내장’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은, 이상하리만치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젊었을 때는 정신없이 일만 하며 살았다.

내 시간을 마음껏 누려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소위 은퇴라는 것을 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책을 읽기 시작했고, 글도 쓰기 시작했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천천히, 그러나 진심으로 해나가던 이 시기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진짜 리즈시절’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내 눈이 나를 방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서러움이 몰려왔다.


이제 막 활짝 열리기 시작한 내 인생의 봄날에, 왜 하필 눈이 탈이 나는가…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아직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고, 블로그에 남기고 싶은 내 이야기도 끝도 없이 많다.


그깟 녹내장 따위에게 내 꿈과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녹내장과 싸울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겠다.


피할 수 없다면 억지로라도 친해져야 한다.




우선 의사 선생님께 이것저것 묻고 또 물었다.

어떻게 해야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의외로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만 잘하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완치가 어렵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요즘 한국의 병원은 너무 바쁘다.

진료실에서 무엇을 더 물어보려 하면, 오히려 내가 더 눈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냥 마음 편하게 유튜브의 검증된 의학 채널을 찾아보기로 했다.

다행히 좋은 정보가 넘쳐난다.


덕분에 ‘녹내장’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되고, 생활 습관도 더 연구하고, 무엇보다 내 소중한 눈을 아껴야겠다는 마음 또한 들었다.


덕분에 이 반갑지 않은 ‘녹내장’이라는 친구와 평화롭게 지내기 위한 6가지 실천법을 나름 정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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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처방해 준 안약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다.


하루에 한 번인데도 깜빡하기 쉬워서 알람까지 맞춰놨다.


하루라도 빼먹으면 안 된다고 하니, 내 생활의 필수 루틴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녹내장 안약은 한 번 시작하면 아마도 평생 사용해야 할 듯…


솔직히 처음엔 ‘이걸 매일 넣고 살아야 하나’싶어 좀 막막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차피 고혈압 약도 매일 먹고 있다.


하나는 물과 함께 삼키는 약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톡 떨어뜨리는 안약일 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귀찮다고 투덜댈 일이 아니다.


이건 내 눈을, 그리고 나를 살리는 생명수인 것이다.


이층 내 서재에는 작은 냉장고가 하나 있다.

그 안에는 와인도 있고, 맥주도 있고, 막걸리도 있다.


어쩌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도 있을까 봐 미리미리 준비해둔 것이다.


행인지 불행인지, 이 술 냉장고를 쓸 일이 거의 없다.


나를 봐주신 의사 선생님은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다른 전문의들의 강의를 듣다 보니, 어떤 선생님은 아예 한 잔도 안 된다고 하신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가능하다면 이참에 맥주만이라도 끊어볼까 한다.


냉장고에 우아하게 자리 잡고 있던 술들을 다 꺼내고, 대신 그 자리에 아주 작은 안약 3병을 곱게 모셔놨다.


녹내장 안약은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는 약사님 말씀에, 서재 냉장고의 새 주인으로 모셨다.


자기 전, 조용한 방 안에서 한 방울씩 새로운 나의 루틴이 시작됐다.


이 소중한 안약 한 방울에 나의 내일이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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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카페인 또한 안압을 높일 수 있단다.


작년에 갑자기 찾아온 노쇠라는 친구로 인해 여기저기가 많이 아팠었는데, 이 친구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협착증과 심한 골다공증 치료로 시작한 것 중의 하나도 카페인 줄이기였다.


갈증 나면 물 대신 하루에도 커피를 몇 잔씩 기본으로 마시던 나였다.


그러면서 밤에는 잠이 안 온다고 투덜댔으니 참 미련하기가 짝이 없다.


그러던 사람이 이제는 아침 식사할 때, 아주 연하게 블랙커피 한 잔 마시는 것으로 루틴을 잡았다.


어쩌다 한 잔 추가되는 날 도 있지만, 이때도 역시 아주 연하게 조금만 마신다.


이렇게 연습한 덕분에, 이번 녹내장 예방 수칙 중 하나였던 카페인 줄이기 또한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이젠 커피 대신 보리차, 옥수수 차 같은 담백하고 구수한 차들을 마신다.


녹차도 녹내장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앞으로는 이것도 즐겨볼까 한다,


이제는 이런 차들의 깊고 은은한 맛이 제법 좋다.


뭐든지 길들이기 나름이다.


그 옛날 커피 없이도 잘만 살았던 시절도 있지 않은가…


그 시절의 나도, 지금의 나도, 잘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문득 고맙고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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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이라는 진단이 떨어졌을 때 가장 걱정이 됐던 것이, 나의 아이패드였다.


나에게 아애패드는 자식 같고, 친구 같고, 때론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스승 같은 존재다.


은퇴 후, 갑자기 찾아왔던 심한 우울증에서 나를 구해준 고마운 친구이기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배움을 이어가게 해준 나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연결시켜주면서 나의 제2의 인생을 열어준, 그야말로 나한테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 아이패드를 눈에 안 좋다고 해서 사용을 못 하게 하면, 그야말로 난, 살아있는 송장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모습의 나를 상상한 해도 너무 끔찍하다.


그래서 제일 먼저 물어봤던 질문이 아애패드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정말 감사하게도 아이패드를 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얼마나 고맙던지, 눈물이 글썽거렸다.


물론, 몇 가지 조심해야 할 점은 있다.


엎드려서 보거나, 오랜 시간 쉬지 않고 보는 것은 피해야 한단다.


그렇지 않아도 백내장 수술 후유증으로 안구 건조증이 심해서, 눈에 과도한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나름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었다.


가능하면 30분에 한 번씩은 눈을 깜빡이는 운동을 하고, 최대 한 시간은 넘기지 않도록 알람을 맞춰둔다.


무엇보다 고마운 건, 내가 살고 있는 이 조용한 전원주택이 눈에게는 최고의 쉼터가 되어준다는 사실이다.


먼바다를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우거진 숲을 천천히 감상하기도 한다.


그 풍경들이 내 눈을 감싸안고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속삭여 주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찾은 녹내장 관리법도 결국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별한 비법보다, 생활 습관의 힘, 그게 바로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이렇게 여전히 나의 눈부신 하루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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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이 그렇듯, 스트레스가 가장 큰 적이다.


처음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는, 괜히 예민해지고, 밤잠도 설치고, 자꾸만 나쁜 상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런 것 또한 스트레스로 작동할 것 같아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어차피 신경 쓴다고 나아질 병은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미 손상된 시신경은 되돌릴 수 없다.


완치가 어렵다는 말이 처음엔 참 버겁게 다가왔지만, 지금은 그저 더 이상 나빠지지만 않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온갖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받고 산 것 같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부대끼고, 마음 둘 곳 없이 바쁘게만 살아왔던 시간들이었다.


아마도 많은 주부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남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물론, 요즘 남편들을 보면 크게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 또한 살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다.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의사 선생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요즘 특별히 스트레스받는 일은 없으시죠?“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남편 말고는 딱히 없어요.”


젊은 선생님께서는 그저 웃기만 하셨다.

아마 아직은 이해 못 하실 것이다.


1941년생, 우리 집 양반.

정말이지, 쉽지 않다.


사랑이란, 같은 방향을 보고 가는 것이라는데, 우리 남편은 오직 ‘일’이라는 단 하나의 방향만 바라보며 평생을 살아왔다.


팔십 대 중반인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보기는커녕, 오로지 혼자 달리는 스타일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처럼 같은 취미를 공유하지도 않고, 마인드 자체도 너무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참는 것이 미덕이다‘라는 고리타분한 그 시절의 배움이 남아있어서, 그럭저럭 잘 참고 넘긴다.


하지만 나 역시 인간인지라, 가끔은 너무도 답답하고, 너무도 심심하고, 너무도 재미없다.


그래서 요즘은 남편을 볼 때마다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한다.

그야말로 도를 닦는 것이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또 살짝 외쳐본다.


“삼식이 아저씨, 당신 말고는 정말 아무것도 문제 될 게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텨 온 내 눈에 새삼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많이도 힘들었고,

많이도 울었다.

그러다 보니 내 눈 역시 많이도 지쳤을 것이다.


이제라도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잘 버텨줘서 정말 고마워”

“미안해, 너무 늦게 알아줘서…”


물론, 안 아팠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시작된 병이라면, 남은 시간만큼은 정말로 눈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


눈을 감고, 나지막이 다짐해 본다.

오늘부터는 내 눈에게, 누구보다 좋은 주인이 되어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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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안압을 낮추는데 큰 도움을 준단다.


그냥 산책하듯이 걷지 말고, 숨이 차도록 걷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그리고 가벼운 근력운동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 하니까 주의를 요하는 운동은 가급적 피하도록 하자.


특히 머리를 아래로 내리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단다.


요가나 스트레칭 중에서도 머리를 숙이거나 거꾸로 서는 동작은 눈 안의 압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영을 할 때도 고글을 너무 꽉 조이면 안압이 올라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단다.


결국 운동도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섬세한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나이 들수록 ‘운동이 보약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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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녹내장 치료를 시작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무심결에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 맥주는 마셔도 될까요? ”


내가 그 많은 주의 사항 중 두 번째로 물은 게 하필 맥주였다니, 참 나도 주책이다.

그것도 할매가.


의사 선생님께서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과음만 아니면 괜찮단다.

어쩌다 한 두 잔 마시는 정도는 허용이 된단다.


우리 부부는 담배와는 인연이 없다.

‘금연’이라는 단어는 남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금주’는 심심하면 한 번씩 내 일기장에 등장을 한다.


한때는 남편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오로지 맥주 한 잔으로 씻어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맥주가, 이제는 그냥 삶의 일부가 되었다.


부엌에서 반찬 만들다가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는 맥주를 워낙 좋아하고, 방송에서 누가 멋지게 마시는 장면만 봐도 덩달아 따라서 한 잔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다행히 주량이 약해서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마시는 그 자체를 사랑하는 진정한 애주가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온 것 같다.


과음만 아니면 된다고는 하지만, 내 눈을 위해서라면 조심해서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럼 정말 완전히 끊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집에만 있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치킨이 앞에 있고, 삼겹살이 맛있게 지글지글 구워지는 자리에서도 정말 단 한 방울도 안 마실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일주일에 딱 한 잔만?

아니면 기념일에만?

룰을 정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혼자서 머리 굴리느라고 정신이 없다.


갈수록 사는 재미가 하나 둘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래도 행복하고 눈부신 노년을 위해서라도 참아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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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과 친구가 되기로 했다.


녹내장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겁이 났다.


내 눈이, 내 세상이, 조금씩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가슴을 눌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조금 가라앉으니, 이 친구가 나를 방해하러 온 것이 아니라, 내 삶에 브레이크를 걸어주기 위해 온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은퇴한 후에도, 그동안 나는 참 바쁘게 살았다.


책 읽느라 밤을 새우고, 글 쓰느라 눈을 혹사하고, 최근에는 AI 공부까지 덤벼들면서 그야말로 내 눈은 쉴 틈도 없었던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녹내장은 인생의 신호등 같다.


잠깐 멈추라는 신호등.

그리고 잠시 쉬어가라고 그렇게 나를 붙잡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녹내장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소중한 취미와 일상을 오래오래 지키기 위해,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 즐기기 위해, 녹내장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리하고, 잘 지내보려 한다.


병 때문에 내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더 나이가 들고, 기운까지 빠져나가는 날이 오면, 아마도 그때는 지금처럼 활발히 움직이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최대한 즐기고 싶다.


계속해서 읽고, 쓰고, 배우고, 느끼면서 살고 싶다.

나답게, 즐겁게, 그리고 아름답게 살고 싶다.


녹내장과 손잡고 걷는 이 길도 결국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될 것이다.


눈부신 하루를, 끝까지 눈부시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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