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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27. 2023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딘 스테어 할머니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음번엔 과감한 실수를 더 많이 해볼 거야.

긴장을 풀고 경쾌하게 살며
이번 여행에서보다 더 철없이 굴고,
이젠 모든 것에 덜 심각해질 거야.

좀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겠어.
좀 더 많은 여행을 하겠어.

좀 더 많은 산에 오르고
좀 더 많은 강에서 수영도 하겠어.

콩을 덜먹고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을 거야.

아마도 현실적 문제들이 더 많이 생기겠지.
그러나 상상의 문제로 인한 괴로움은
훨씬 적을 거야.

난 매일 매 순간을
바르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지.

물론 좋을 때도 있었어.

그러나 나보고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가질 거야.

단지 그것뿐
그 외의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겠어.

각각의 날들을 앞당겨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며 살아온 날들 대신
매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아나가겠어.

난 레인코트나 체온계나
보온 물통과 낙하산 없이는
어디에도 가려하지 않는 사람들 중
하나였지.

만약 나보고 다시 해보라 한다면
난 이전에 그랬던 것보다
더 가볍게 여행을 할 거야.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봄이 오면 일찍 신발을 벗어던지고
가을 늦게까지 맨발로 지낼 거야.

춤추러 더 많이 가고
회전목마도 더 많이 타며,
더 많은 데이지 꽃을 따겠어.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 나딘 스테어 -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다음번엔 과감한 실수를 더 많이 해 볼 거야.
- 나딘 스테어 -


실수할까 봐 두려워서 왜 그리도 아등바등거리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실패 자체를 너무 두려워해서인가 성공한다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

때로는 실수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았어야 했다.




긴장을 풀고 경쾌하게 살며
이번 여행에서보다 더 철없이 굴고
어젠 모든 것에 덜 심각해질 거야.
- 나딘 스테어 -

늘 옆에서 사감 선생님 같이 구는 신랑이 항상 곁에 있다 보니 언제나 긴장하면서 사는 삶의 연속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좀 더 느슨하게 긴장을 풀고 살고 싶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리듬에 맞춰서 춤도 신나게 추고 싶다. ​비록 몸이 굳어서 제대로 된 춤은 아닐지언정 그저 리듬에 맞춰가면서 살살 흔들어도 무척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늘 우리 집 양반의 고질적인 병이 모든 것을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본인뿐만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도 피곤하게 한다. ​나라도 더 이상 심각해지지 말자. 그저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자. ​설사 울고 싶은 일이 생기더라도 신나는 음악 틀어놓고 리듬이라도 타자.




좀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겠어.     
좀 더 많은 여행을 하겠어.
좀 더 많은 산에 오르고
좀 더 많은 강에서 수영을 하겠어.
- 나딘 스테어 -

어쩌면 이리도 지금의 내 심정하고 똑같을까~~

한라산을 중심으로 총 368개의 오름이 있고 27개의 올레길 코스가 있다는 이런 제주도에 살고 있으면서도 ​우리 집 삼식이 아저씨 덕분에 그냥 집돌이 집순이로 살아가고 있다.

가끔 한 번씩 미칠 것 같으면 혼자서라도 가까운 올레길을 걷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지금 나한테 가장 후회로 남을 일이 바로 이런 것들 일 것이다. ​좀 더 여행을 했어야 했다. 좀 더 자주 산에 오르고 수영은 못하더라도 올레길이라도 완주해야 했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삼식이 아저씨만 이겨내면 된다.




콩을 덜먹고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을 거야.
아마도 현실적 문제들이 더 많이 생기겠지.
그러나 상상의 문제로 인한 괴로움은
훨씬 적을 거야.
- 나딘 스테어 -


어느 날 신랑이 콩이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기 전까지 정말로 콩을 많이도 먹었다. ​단지 몸에 좋다는 이유랑 단백질이 많다는 이유였었다.

그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살찐다는 이유로 간신히 유혹을 뿌리치면서 살았다.

우리 집 양반의 사는 방식을 보니 세간에 도는 소문들은 다 부질없더라. ​단것을 좋아해서 늘 설탕을 듬뿍 넣고 달달한 사탕은 심심풀이 땅콩처럼 항상 가까이에 두고 먹고 ​갈증 나면 콜라나 사이다를 입에 달고 산다.

지금까지 건강검진할 때마다 당뇨나 다른 병의 전조증상 같은 것이 그야말로 하나도 없다. ​의사도 신기해할 정도이다.

굳이 좋아하지도 않는 콩을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일 필요도 없었다.

이제는 먹고 싶은 것 있으면 그때그때 원 없이 먹으면서 살고 싶다.

벌써부터 입맛이 그전 같지가 않고 소화가 잘 안 되다 보니 예전처럼 맛있게 먹지를 못하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정말로 후회할 날이 오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살자.



난 매일 매 순간을 바르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 중의 하나였지.
물론 좋을 때도 있었어.
그러나 나보고 다시 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즐거운 시간을 더 많이 가질 거야.
- 나딘 스테어 -


칠십이라는 나이에도 아직까지도 나는 노션에다가 “바른생활루틴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는 ​매일 아침마다 “ To Do List”를 적고 오후에는 하나하나 체크리스트를 정리한다.

그리고는 내가 이뤄낸 일에 대해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것을 혼자서 오늘도 참 잘했다고 토닥거려 주면서 스스로 위안을 삼고 즐거워한다.

달리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해서일 것이다.

공부하는 것도 즐겁지만 건강을 살릴 수 있는 걷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해서든지 실천을 해봐야겠다.

삼식이 아저씨한테 구원의 손길을 ~~




단지 그것뿐
그 외의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겠어.
각각의 날들을 앞당겨 미리 생각하고
걱정하며 살아온 날들 대신
매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아나가겠어
- 나딘 스테어 -


단지 그것뿐~~

이 말이 참 좋다.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일들을 걱정하느라 지레 겁먹고 힘 빠지고 지나가고 나니 다 부질없는 생각들이다.

“Now Here ~~”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나가면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말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나가겠다는 말이 훨씬 더 가슴에 와닿는다.




난 레인코트나 체온계나
보온 물통과 낙하산 없이는
어디에도 가려하지 않는
사람들 중 하나였지.
만약 나보고 다시 해보라 한다면
난 이전에 그랬던 것보다
더 가볍게 여행을 할 거야.
- 나딘 스테어 -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이 어쩌다 한 번 떠나는 나의 여행가방에는 오만 것들이 다 준비되어 있었다. ​기본용품은 물론이고 일회용 반창고, 일회용 소독제 비상약까지 ~~

뭘 그렇게 요란 떠냐고 신랑한테 늘 혼나면서도 이렇게 준비해 갖고 다나는 덕분에 ​꼭 우리가 안 쓰더라도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들이 쓸 일은 꼭 생기더라.

그래서 나랑 같이 가는 사람은 믿거라 하고 아무것도 챙겨 오지를 않는단다.

이제는 좀 더 편하고 가볍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보지만 이상하게 징크스라는 것이 있어서  ​내가 준비를 못했을 때는 희한하게도 무슨 일이 꼭 생긴다.

몸도 마음도 다 가볍게 다니고 싶다.




내가 만약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나는 봄이 오면 일찍 신발을 벗어던지고
가을 늦게까지 맨발로 지낼 거야.
- 나딘 스테어 -


언제부터인가 맨발 걷기가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곳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어서 바닷가 모래사장을 비롯해서 황톳길, 둘레길 할 것 없이 ​맨발 걷기를 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한다.

얼마 전에 나도 곽지 해변에서 어싱이라는 것을  체험해 봤다. ​운동화 신고 걸을 때랑은 또 색다른 느낌이었다. ​파도가 춤을 추면서 왔다 갔다 하는 모래사장이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좋더라도 지나치다 보니 자연 생태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뉴스를 듣고는 맨발 걷기는 자제하기로 했다.

지구 살리기 운동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고 싶다.




춤추러 더 많이 가고
회전목마도 더 많이 타며
더 많은 데이지 꽃을 따겠어.
- 나딘 스테어 -


85세의 할머니한테서 마냥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마음이 읽힌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가더라도 동심만은 잃지 않도록 해야겠다.



<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

이 시는 미국 시골의 어느 한 할머니께서 85세 되던 해에 쓰셨다는 한 편의 시이다.

나딘 스테어 할머니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을 정도로 그렇게 소박하게 사신 분이다.

하지만 이 한 편의 시가 주는 힘은 그야말로 대단해서 ​영어만이 아니라 한국어 일본어로까지 번역이 되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다 주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김혜남 작가님의 <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라는 책에도 자세히 실려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

내가 이 시를 처음 만난 것은 영어도 아니고 한국어도 아닌 일본어로 번역이 되어서 유튜브 채널에서 흘러나오고 있던 것이다.

일본어 공부도 다시 할 겸 열심히 일본 방송을 듣다가 무심코 흘러나오는 시 낭독에 하던 일을 멈추고 몰입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웠던지~~

이렇게 아름다운 시는 국경을 초월해 날아다닌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체험을 해봤다.

영어로 낭독할 때 느끼는 감동 모국어인 한국어로 들을 때의 감동 또 전혀 새로운 일본어로 들었을 때의 감동 ​그 모든 것이 감동이었다.

그저 평범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시던 그런 할머니의 시선에서 우리 모두에게 전달해주시고자 했던 것은 ​아마도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그것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 일거다.

무엇을 얼마나 소유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인생을 얼마나 즐겁게 살아내고 있는 가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것 같다.

참 좋은 시다.

진정 따뜻한 울림을 주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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