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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Dec 25. 2023

고마운 택배 기사님!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고마운 택배 기사님 !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제주도에 엄청난 눈이 내렸다.

당연히 택배도 배달이 안된다.  눈오기 전에 시켰던 물건이 눈으로  덮인 날 배달 예정이 잡혀 있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오늘 안 오셔도 된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그렇지 않아도 배달이 어려울 것 같아서 그냥 갔다고 하시길래 잘 했다고 전해드렸다.


전혀 급한 물건이 아니니까 눈 녹은 다음에 천천히 오시라고 했다. 그러고는 어제 아침에 주문 할 것들이 있어서 쿠팡에다 몇 가지 주문을 했다.  3일후가 배송 날짜로 나오길래 오늘부터 날이 풀리니까 아무리 빨리와도 내일 쯤에 도착하면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어쩌자고 어제 아침에 시킨 것이 어제 저녁때 도착을 한 것이다. 로켓배송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하지만 어제 같은 경우는 오히려 로켓배송이 전혀 반갑지를 않다.


배송 문자가 떴지만 이번에도 당연히 그냥 가려니 하고 전화를 미처 못해드린 것이 너무도 미안하다. 그런데 저녁에 아래 집 까지 와서는 그곳에다 차를 세워두고 그 무거운 휴지를 들고 거기서부터 우리 집까지 어쩌자고 걸어서 올라오셨는지 참으로 송구스럽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눈에 발자국이 난 것을 보고 알았다. 어제 밤에 일부로 걸어 올라오셨다는 것을 남편이 발견을 하고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나 또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일이 손에 안안잡혔다.


일이 꼬일 때는 이상하게 자꾸 꼬인다더니 문자를 받으면 바로바로 삭제해 버리는 습관에 어제 아무 생각없이 삭제해 버린 그 기사님의 연락처를 찾으려니까 무슨 해괴한 일인지 최근 삭제한 메시지에도 안 뜬다. 정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지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자 댓글도 올리고 쿠팡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어제 밤에 오신 기사님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했더니 개인 정보라서 안 된다고 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에 긴장하는 모습이 느껴져 왔다.


아마도 수도 없이 많은 골찌아픈 민원에 시달려왔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이 또 들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너무도 고마워서 꼭 전해드리고 싶다고 했더니 그때서야 안심을 하고는 회사에서 꼭 대신 전달을 해드리겠다는 다짐을 받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직접 전화를 한 것이 아니라서 마음 한 구석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에 혹시라도 만날 수가 있다면 그때는 제대로 인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이래서 세상은 아직도 살 만 한 것이다.


아직도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무심코 지나쳐버리지 말고 서로 서로 힘든 시기에 진정으로 수고하신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늘 달고 살았으면 좋겠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사람들의 입에서 감사합니다 소리가 점접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그 눈길을 걸어오신 택배 기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너무 미안합니다. 그 눈 길을 걸어오시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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