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제주도 이야기
오랜만에 곽지 해수욕장을 찾았다.
그동안 손님 치르고 틈 나는 대로 책도 읽고 그러면서 너무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운동이라는 것을 거의 안 하고 있었다.
어제부터 몸이 살살 신호를 보내왔다.
나 운동이 필요하다고 ^^
큰 맘먹고 운동하러 나왔더니 모래사장 위에 비닐이 덮여 있고
그 비닐 또한 날아가지 말라고 모래주머니까지 놓여 있었다.
이렇게 벌써 제주도의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그 매서운 제주도의 하늬바람이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하늬바람은 내년 3월까지 정신없이 불어댈 것이다.
겨울을 알리는 계절이 오면 이렇게 해수욕장의 모래사장들은
거의가 모래가 날아가지 않도록 비닐 천을 덮는다.
바람에 모래가 쓸려가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
모래 위에 미리 비닐을 덮고
그 위에다가 모래주머니들을 올려놓는 것이다.
제주도는 돌, 바람, 여자가 많아서 삼다도라고 불리는데
이때의 바람이 바로 하늬바람이란다.
주로 북서풍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북서풍을 의미하는 하늬바람은
제주도에 살면서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온전히 이해를 못 할 것 같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제주도에 처음 정착을 한 것이
바로 이 하늬바람이 가장 세차게 분다는 2월 초였다.
그저 마냥 좋기만 한 줄 알고 아무런 사전 지식 하나 없이
참으로 용감하게 제주도에 발을 디딘 것이다.
그때부터 불어대던 바람이
우리 기억에는 거의 4월 초까지 불었던 것 같다.
얼마나 매섭던지 ~~
살다 살다 이런 매서운 바람은 처음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탤런트 이하늬는 착하고 예쁜데
같은 이름의 이 하늬바람은 어찌 그토록 매섭고 고약했을까~~
도저히 눈을 뜰 수고 없고 서 있기만 하는 데도
도저히 몸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
가뜩이나 갑자기 바뀐 새로운 환경에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바람부터 맞은 것이다.
도저히 정이 붙을 것 같지를 않다면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자는 남편을
그나마 간신히 달래면서 어느 정도 지나다 보니
어느새 꽃 피고 새가 운다는 봄이 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모질게 불어대던 바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 버리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제주도의 황홀한 모습으로
다시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에메랄드빛을 자랑하는 바다와 높디높은 새파란 하늘,
맑은 공기, 어디를 가나 지상천국이 따로 없었다.
이렇게 우리는 제주도의 바람과 하나가 되었다.
이제는 그냥 시원하고 써늘한 바람의 하나이다.
여름의 바다를 많이들 좋아하지만
난 이렇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의 바다나
하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의 바다도 참 좋은 것 같다.
우선 뙤약볕이 없어서 좋고 사람들로 북적거리 지를 않아서 참 좋다.
볼을 에이는 듯한 찬 바람이 불 때도
오히려 정신이 바짝 나는 것 같은 그런 살아있는 느낌이 좋다.
지금부터는 바야흐로 걷기에 최고의 시즌인 것이다.
부지런히 걷자.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시 찾아올 때
그때까지 무사하게 이 모래들을
잘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부지런히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