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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02. 2024

나이는 숫자에 불가?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드디어 2024년이 밝아오면서 한 살이 더 먹었다. 칠십에서 칠십 하나가 됐다.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들을 하지만 막상 칠십이 넘고 나니까 몸 따로 마음 따로 노는 것은 사실이다.


마음은 아직도 늘 이팔청춘이고 정신 상태도 아직까지는 제법 건강한 상태인 것 같다. 늘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항상 책을 읽고 있다. 게다가 요즈음에는 글쓰기라는 것까지 해서 나름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몸의 변화는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 준다.


왜 그리 숨은 자주 차는지, 조금만 높은 곳을 걸어도 헐떡거린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은 평지는 그럭저럭 걸을 만한테 무릎이 안 좋아서 그런지 오름 같은 곳을 오르려면 많이 힘이 든다.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고 늘 부르짖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변해가는 몸의 신호에 가끔은 힘이 빠진다.


외관상의 늙어가는 모습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이미 머리는 온통 흰색으로 도배를 했고 유난히 잘 웃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눈 가에는 잔 주름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그저 내가 살아온 나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물론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사십 대 후반부터  생기기 시작했던 흰머리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놀라움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이다. 큰일 났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미장원 가서 염색을 하고 그러면서 나도 늙어간다는 생각에 이 세상 다 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염색을 안 한자가 거의 십 년이 됐다. 하마 환갑 지나면서 안 했던 것 같다. 미장원 자주 다니는 것도 귀찮고 무엇보다도 두피에도 안 좋은 것 같아서 염색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꽤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자기 계발서를 부지런히 읽기 시작하면서 나름 나에 대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됐다. 그때까지는 정말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세대의 사람들은 아마도 다 그랬을 것이다. 먹고사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기 계발서를  많이 읽다 보니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도 해보고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그냥 어린아이처럼 참 많이도 울었다. 너무 힘들게 살아오면서 너무 나를 함부로 대했다는 그 미안함에 너무도 마음이 아팠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나를 보담 아주고 사랑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나에 대한 자존감이라는 것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더니 언제부터인가 늙어 보여서 보기 싫던 흰머리가 오히려 근사해 보이기 시작했다. 고생한 흔적 같아서 보기 싫었던 얼굴의 잔 주름과 팔자주름까지도 그냥 나와 함께 해온 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면서 참 희한하게도 생전 안 하던 짓까지 하게 되더라.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보고 살며시 웃고 있는 나를 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심지어는 말까지 걸었다. 잘 늙어가고 있어서 고맙다고…


이래저래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렇게 마음은 나이 하고는 상관없이 잘 놀고 있는데 몸의 노화현상은 마음 하고는 영 따로 노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나름 스트레칭도 부지런히 하고 자주 걸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확실히 운동한다는 것이 그전처럼 쉽지 않은 것을 보면 이것 또한 몸이 늙어가는 신호 같아서 쓸쓸해져 온다.


하지만 업글할매라고 이름을 지었으니까 업글할매답게 몸의 노화를 막기 위한 도전을 또 해보자. 막을 수가 없다면 진행 속도라고 늦춰보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보여주는 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미친 듯이 지속하라! “를 외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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