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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Jan 08. 2024

보리빵 샌드위치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샌드위치를 유난히 좋아하는 우리 며늘애는 샌드위치가 생각나는 날에는 불쑥 찾아오곤 한다.

주로 빵집에서 사다 먹는데 뭐든 집밥이 맛있듯이 이렇게 집에서 따끈따끈하게 사랑을 담아서 해주는 빵 하고는 아마 달라도 많이 다를 것이다.

내가 해주는 샌드위치가 참 맛있다고 한다. 며늘애가 제주도 도민이 된 지 벌써 15년이 다 됐는데도 그렇게 좋아하는 보리빵을 그냥 먹어만 봤지 이렇게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을 생각은 안 해봤단다.

난 우선 보리빵을 사 오면 하나씩 일단은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그리고 먹을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그대로 녹여두었다가 먹을 때 하나씩 비닐봉지에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30초를 데우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그냥 데우면 빵이 질겨져서 맛이 없다.

데우기 전에 양손 손바닥에다 물을 묻혀서 보리빵을 살살 마사지하듯이 물을 묻혀준다. ​너무 물을 많이 묻혀도 안된다. 빵이 질퍽해진다. ​그런 다음 비닐봉지에 넣어서 전자레인지에 30초 데우면 완전 처음 막 만들었을 당시의 상태가 된다.

따뜻하게 데워진 보리빵을 햄버거처럼 가운데를 자르고 그 안에 질 좋은 버터를 바른 다음 양상추, 토마토 슬라이스, 계란프라이 하나에다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넣고 만들면 끝이다. 샌드위치처럼 세상 간단한 음식도 없을 것이다.


제법 두툼해지니까 맨 위는 조금 긴 꼬치로 꽂아놓으면 움직이지도 않고 모양도 좋다.

물론 보리빵은 그대로 먹어도 너무너무 맛있는 빵이지만 우리는 간식이 아닌 아침 주식으로 먹기 때문에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이런 샌드위치로 해 먹는다.


다행히 미국에서 20년 이상을 카페테리아를 운영했었다. ​지금 제주도에서 유행하고 있는 브런치 카페랑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브런치 카페랑 한국의 브런치 카페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한국에 돌아와서 살면서 늘 느끼는 것이 미국에서 지극히 서민적이었던 것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어마어마하게 고급스러운 것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가격도 너무 비싸고…

어쨌거나 그래도 오랫동안 샌드위치를 만들었던 경험 덕에 미국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 며늘애랑 며느리 언니들한테 꽤 멋있는 시어머니가 됐다. 어쩌다 한 번씩 놀러 오는 날에는 있는 대로 솜씨를 발휘해서 파스타랑 샐러드에 안주까지 만들어서 같이들 즐겁게 건배를 외친다.



며늘애가 혼자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는 되도록이면 완전 손님 대접을 해준다. ​그냥 가만히 식탁에 앉아있게 한다. 막 내린 따뜻한 커피 한잔 우선 마시게 하면서 즉석에서 만드는 샌드위치를 구경하며 우아하게 수다를 떨게 한다.

우리 집에 왔을 때만이라도 맘껏 편하게 쉬게 하고 싶다.

강아지 세 마리, 고양이 세 마리, 초등학생 외동딸 아이, 늘 어린아이 같은 남편 아이 케어하다 보면 ​많이 힘들 것이다. ​


그래서 잘해주려고 노력한다. 꼰대 시어머니는 안되고 싶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었다. 여전히 옛날 무서운 시어머니처럼 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것 또한 꼰대이지 않을까….



라떼는 말이야…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말이 맛있는 커피 라떼를 말하는 줄 알았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부르짖는 꼰대의 대명사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최소한 이런 신조어들은 알고 살아야겠기에 한동안 부지런히 신조어 공부도 했다. 적어도 뒤에서 왜 웃는지 정도는 알고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어서이다.


자고 나면 정신없이 바뀌어가는 이 세상에 잘 적응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 나 때는 말이야…”  이런 식의 구닥다리 사고방식도 하루빨리 벗어던지는 것이 노화를 막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테슬라나 벤츠 같은 자동차 자랑만 플랙스가 아니라 우리 집 양반 표현처럼 나같이 약간 푼수끼가 있는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잘하려고 노력하는 이런 시어머니 자랑도 일종의 “플랙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돈 자랑이 아닌 사는데 정말 필요한 이런 자랑들이 진정한 “플랙스”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며늘애한테 구박 안 받는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래서 세상 바뀌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맛있는 보리빵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주변에 널리 알려주고 같이 먹는 즐거움에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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