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하는 마음ㅡ어떤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책은 부단한 협동의 결과물이다. 저자의 힘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며 출판사라는 보통명사 뒤에는 편집자, 북디자이너, 마케터, 제작자, MD, 서점인 등의 숨은 노동이 있다.
_은유, 출판하는 마음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1인 출판을 도전해 보았던 적이 있다.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고, 쓴 글을 모아 인디자인 프로그램에 조판을 하고, 표지를 만들고, ISBN을 등록하고, 제작사에 맡겼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만든 책을 독자들에게 팔기 위해 전국 서점의 연락처를 구하고, 엑셀에 정리했다.
자, 이제 서점에 연락을 할 차례.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용기가 나질 않았다. 일단 서점에 연락하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했고, 설령 용기를 냈다고 해도 그다음의 업무들이 엄두가 안 났다. 서점에서 책을 받아 준다고 해도, 택배로 포장하고, 또 만약 팔린다고 해도 다시 책을 찍어서 보낼 여력도 없었다. 그래서 서점에 책 보내는 걸 포기했다.
책을 혼자 만들며 들었던 생각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책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출판사에서 책 만드는 일이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단지 책만 만드는 일을 즐거워했떤 건 아님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같이 책을 두고 고민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를 즐거워하는 나였다.
어떤 일이든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런데도 혼자만 열심인 건, 말하자면 그 일을 자기 혼자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불가능한 일이다. _이시카와 다쿠보쿠, 슬픈 인간
슬픈 인간이란, 어떤 일이든 혼자서 할려고 하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이란, 그 한자어에 담긴 의미처럼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한다.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이름이 바로 인간이라는 두 글자에 담긴 의미이다.
조금 사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요즘에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연애를 할 때는 아무렇지 않았던 대화 방법들이 오늘은 문제가 되었다. 혼자서 마음으로 삼켰던 말들이 문제가 되어 결국 조금의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문제의 시작은 ‘혼자 해결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책을 만드는 일이든, 연애든, 결혼이든, 우정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인간이라면 함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평생 슬픈 인간으로 존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