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를 부여하는 일
카뮈는 어렸을 때, 글 하나를 쓰면 500원 정도의 용돈을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부모님(혹은 선생님)이 꾸준히 글을 쓰도록 동기를 부여한 것이다. 카뮈는 조금의 용돈을 받기 위해 글을 썼고, 그렇게 쓰인 글은 이후에 빛을 발하게 되었다.
사람이 글을 쓰는 동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 같은 경우는 군대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나에게 글이란, 무의미한 하루를 유의미한 것으로 바꾸어주는 하나의 예술 행위였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허무한 삶에 의미가 생기는 듯 보였던 것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 글쓰기였다.
군대에서 전역하면 삶이 찬란할 것만 같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다. 군대를 전역하면 모든 일이 의미 있으리라 생각했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무의미하고 허무한 삶은 여전해 보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군대에서 썼던 글들을 찾아보게 되었고, 다시금 곱씹어 읽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군대에서 썼던 글들을 ‘부크크’라는 곳에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제작출판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혼자서 책의 목차를 꾸리고 교정을 보는 일도 감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꼭 한 권의 책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여전히 나는 글을 썼고, 글을 쓴 뒤에는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목적은 뚜렷했다. 내 삶을 돌아보고, 기억하는 것.
웃긴 건,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만들다 보니 어느덧 출판사에서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만지고, 책으로 만드는 일에 시간을 보낸다. 마치 어린 날에 까뮈에게 용돈을 주며 글을 쓰게 만들었던 그 누군가처럼, 요즘에 나는 누군가가 제발 글을 써 주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나는 안다. 글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뚝딱 써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글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히 머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삶의 모든 과정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어쩌면 편집자가 저자를 자주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 것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저자의 삶을 함께 겪지 못하면서, 누군가의 글을 만지거나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건 실례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한 저자에게 글을 부탁했던 날, 저자는 내게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글에 관한 고민이 아니라, 삶에 관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이 고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고민이라고.
나는 저자에게 글을 부탁하며, 한 달에 얼마 안 되는 원고료를 주겠다고 했다. 이것이 그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큰 설득은 되지 못했다. 한 달에 10만 원 안 되는 돈이 사람에게 동기부여가 되리라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누군가를 움직이게 만드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어릴 때 ‘돈만 주면 뭐든 하는 사람’이었다. 워낙 가난하게 자랐던 탓이다. 하지만 요즘에 어느 정도의 월급을 받으며 지내는, 그런 요즘. 돈은 잠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는 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진심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 그건 돈이 아닌 듯하다. 오히려 돈보다 진실한 대화, 상대방을 생각해 주는 마음,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가치나 비전, 이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움직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