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만드는 일
“위대한 편집인들은 우리가 항상 어둠 속에서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았어.”
부비스 출판사의 편집인 부비쓰 씨의 독백이다. 출판계에서 책 만드는 사람은 모두 어둠 속에 있다. 방점은 어둠이 아니라 이동에 있다. 책 만드는 사람들은 모두 어둠 속에서 움직인다. 편집인만이 어둠 속에서 움직일까? 디자이너의 경우는 어떨까? 책 안 읽는 사람에게 팔려는 마케터는 어떨까?
오늘은 문득 어제 끝내지 못한 생각을 가지고 일어났다. 잠결에 책 만드는 일을 생각했던 것이다. 자영업자는 24시간 일한다고 하는데, 책을 만드는 편집인도 머리를 쉬지 못하게 만드는 건 마찬가지다. 억지로 책과 관련없는 생각들을 해보려고 하지만, 일을 떨쳐 내기란 쉽지 않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본다. 아직 해가 뜨기는 애매한 시간의 새벽, 집 앞에 작은 가게에 불이 켜져 있다. 창문 틈 사이로 보인 가게에는 아침부터 장사를 준비하는 진우네 가게다. 어둠 속에서 일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잠시 위로를 얻는다.
부비스 씨는 편집인을 묘사하며 “어둠 속에서 이동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 위해 마감 전까지, 그렇게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글을 고치며 책을 만드는 편집인.
그러나 편집인만이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하나를 하더라도 이력서를 수십 개 넣고, 자기소개서를 쓰며 고치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요즘에는 취준준생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어둠 속에서 빛을 내기 위해 자신을 갈고 닦는다.
빛은 어둠 속에서 난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것만 같은 그 시간에, 우리는 작지만 나만의 빛을 발현하는 삶을 선택한다.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을 가지고, 어둠 속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때로는 조금 아프지만, 빛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오늘도 나는 어둠 속에서 이동한다. 아침부터 잘 때까지, 잠에서 깨어날 때부터 책 만드는 일로 머릿속이 가득하지만, 억지로 떨쳐 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주자.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어둠 속에서 이동하고 있고, 저마다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