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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Feb 28. 2023

의미 있는 책

제작출판과 기획출판

출판사의 ‘원고투고란’에 적힌 글귀를 보면, 간혹 “제작출판은 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발견할 수 있다. 제작출판이란 저자가 출판사에 어느 정도의 제작비용을 주고, 출판사는 저자의 돈으로 제작을 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제작출판은 말 그대로 출판사가 저자의 글을 가지고 제작만 도와주는 것이다.


나도 한 1년의 시간 동안 제작출판만 하는 곳에서 일한 적 있다. 저자들의 원고를 받고, 얼마의 가격을 책정해 주고, 그 돈으로 책을 만들고, 무한 반복했다. 책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지향하는 바는, 오직 돈을 주고 책을 만들 사람들.


그곳에서 나는 ‘기획출판’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도 없고, 해야 할 이유도 몰랐다. 이렇게만 해도 출판사가 돌아가고, 수입이 되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아주 반대로 ‘제작출판은 절대 하지 않는 곳’이다. ‘기획출판만 하는 곳’이다. 저자들을 발굴하고, 저자들의 글을 읽고, 그 글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조금 덧붙여 이 책이 상업적인 가치도 있는지, 함께 묻는다(이걸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때때로 상업적이지 않은 책도 기획한다. 의미만을 위한 그런 책.


오늘은 어느 저자의 첫 번째 글이 도착한 날이다. 글을 읽으며 연신 감탄하며 읽었는데, ‘그래, 이게 의미 있는, 오늘날 유의미한 글이지’ 싶었다. 의미 있는 글, 의미 있는 책.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은 바로 이 유의미한 책, 이었다.


하지만 모든 책은 각자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의미한 글과 책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이 제작출판이든, 기획출판이든, 어느 출판사에는 꼭 필요한 글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출판사가 상업적으로 놓친 글들에도 분명히 어느 독자에게는 의미 있는 글들이 있다.


반대로, 글들은 독자에 의해 의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편집자란 아마도 그 첫 번째 독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오늘도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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