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러그드 놀이는 뉴질랜드의 팀 벨 교수팀이 개발한 놀이입니다. Unplugged, 플러그를 뽑았다는 뜻이에요. 컴퓨터의 플러그를 뽑아놓고 컴퓨터를 가르치겠다니요!
컴퓨터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컴퓨터의 작동원리를 놀이와 게임을 통해 알아보는 활동입니다. 문제 상황에서 컴퓨터가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는지 컴퓨터의 일처리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해보도록 일련의 과정들을 여러 가지 고안된 놀이로 경험하게 되는 겁니다.
컴퓨터처럼 생각하기 컴퓨팅 사고력
유치원 교실에서 컴퓨터 영역은 한동안 유행처럼 들어왔다가 급히 사라졌어요. 과다한 미디어의 노출이 영유아 시기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죠. 교실에서 컴퓨터와 태블릿 등을 유아들에게 허락한다는 것이 매우 비교육적으로 비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 기기의 활용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구체물을 이용한 놀이에 집중하기로 했었지요.
그런데 이제 다시 컴퓨터가 돌아왔어요. 그리고 몇 단계 진화한 인공지능이란 친구를 가르쳐야 한데요. 기가 막히고 혼란스럽다. 그쵸?
그것이 우리 유치원 교사가 마주한 현실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시리와 클로바(인공지능 스피커)를 만나게 되었거든요. 미국의 어떤 아이는 옹알이로 '알렉사'(미국에서 많이 쓰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말했다고 하니 디지털 네이티브가 맞죠.
디지털 네이티브, 미국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처음 사용한 개념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를 뜻해요. 그럼 교사인 어른들은 디지털 이주민이 됩니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로 이민 왔어요. 이민 온 나라에서 잘 적응해서 살아야만 하고, 이 네이티브들을 가르쳐야 한다네요.괜찮아요. 천천히 시작해요. 우리는 인공지능 전문가는 아니니까요. 다 같이 공부하면 되죠.
유치원에서의 언플러그드 활동은 컴퓨터와 친해지는 과정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요. 의외로 컴퓨터를 잘 모르는 친구도 있으니까요? 설마요. 네, 설마요.
나만의 노트북: 화면 수동 조정 가능 "커스터마이징"
저는 나만의 컴퓨터를 만들어 보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하드보드지를 활용해서 나의 노트북 컴퓨터를 만들면서 컴퓨터의 구성을 알게 돼요. 모니터 화면을 빈칸으로 놔두고 모니터 화면을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했더니 뚝딱 윈도우 화면을 설정해서 들고 오는 친구도 있더라고요. 이 활동은 한 번쯤은 다 해보셨잖아요? 언플러그드 놀이가 생뚱맞게 처음 보는 활동들이 아니에요. 몇몇은 우리가 늘 해오던 익숙한 활동들도 있더라고요.
컴퓨터의 일처리는 논리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딱, 요 느낌을 생각하시면 쉬워질까요?
언플러그드 놀이들 중에서 유명한 것이 있다면, '샌드위치 코딩 놀이'입니다. (검색창에 '샌드위치 코딩'을 입력하시면 관련 동영상을 쉽게 찾아보실 수 있어요. )
아빠는 아이에게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아이가 가르쳐준 것만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겠다고 하니 아이는 신이 나서 만드는 법을 적어옵니다. 빵에 땅콩잼을 발라먹는 단순한 행동이 이렇게 어려웠을 줄이야.
"빵 한 조각을 놓고 버터나이프로 문지른다."아빠는 버터나이프로 빵 위를 문지르기 시작합니다. 뚜껑을 열지 않은 잼통을 빵에 비비기도 합니다. 네가 그랬잖아! 빵을 놓고 빵 위에 잼을 바르라고! 아이는 순간 깨닫습니다. "좀 더 세분화된 명령어가 필요하다." 다시 적어옵니다. 빵을 놓고 잼 뚜껑을 열고 빵 위에 버터나이프로 발라요. 하지만 이번에는 아빠가 빵 위쪽 모서리에 잼을 발라놓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빵 윗면은 거기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컴퓨터식으로 해결하려고 들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아이는 결국 삐져서 안 하겠다고합니다.
이렇게 컴퓨터처럼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분석해서 해결하는 능력을 컴퓨팅 사고력이라고 부른데요. 소프트웨어 교육의 목적도 결국 이 컴퓨팅 사고력을 기르기 위함입니다. 유치원에서는 코딩 교육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코딩 언어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어차피 이해할 수 있는 유아는 없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수준에 적합한 언플러그드 놀이 활동을 운영해보는 것은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갈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는 매우 의미가 있겠지요. 싫든 좋든 우리의 아이들은 인공지능 로봇들과 협업하며 살아가야 되니까요.
인공지능이 컴퓨터과학의 한 부분이므로 이왕이면 놀이와 게임으로 컴퓨터란 친구를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즐겁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