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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한 김선생님 Jan 27. 2022

너는 소중한 아이란다

"선생님 우리 엄마가 나보고 바보같이 그것도 못하냐고 했어요."


뭐라고? 엄마가 또 그랬어? 어?

눈이 나도 모르게 부릅떠진다. 호흡이 가빠지고 콧구멍에서 바람이 쑹쑹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러다 이내 평정심을 찾기로 한다.

"우리 곰돌이, 속상했겠네. 선생님이 볼 때는 아닌데? 이렇게 야무진 바보가 어딨어?" 토닥토닥, 안아준다.

화가 난다. 아니 우리 예쁜 곰돌이한테 바보 같다니.

전화를 해야겠다. 상담일지를 펴서 메모해 놓자.


엄마가 '' 바보라고 해서 곰돌이가 속상해함. 상담 필요.


수업이 끝나자마자 곰돌이 어머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우리 곰돌이한테 바보라고 하셨어요? 아니 우리 곰돌이가 얼마나 똘똘하고 재미있는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인데요......(설명 , 반박, 따짐) 우리 곰돌이한테 그러시면 안 돼요!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쯤 되면 곰돌이는 내 아들이다.

전화기 밖에서 어이없어할 곰돌이 엄마의 표정이 보인다.


곰돌이는 부산스럽다. 나도 안다. 늘 우당탕탕 그러하다.

곰돌이가 안 오는 날이면 교실이 아주 조용해진다. 그러다 곰돌이가 돌아오면 10명쯤은 더 들어온 것 같다.

친구들과 말싸움이 나고, 멀쩡하던 자동차 바퀴가 빠지고, 똑같이 나눠 준 물건도 유독 곰돌이에게 준 것만 망가진다.

물론 처음엔 욱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월급의 힘은 대단해서 매번 잘 참아졌다.

한 달, 두 달. 아이에게서 반짝반짝 빛나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다른 생각, 기가 막힌 해결책,  따뜻한 마음.

넌 참 대단한 아이야!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바실리 수호믈린스키. 이름도 어려운 어떤 교육학자의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아이 하나하나를 부지런히 닦아서 빛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이 든다. 선생님은 그래야 한다고, 엄마는 그래야 한다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에 사는 삼 남매를 씻기고 먹여서 책상 앞에 앉혀놨다. 수학 문제집을  풀자고 제안 혹은 협박해본다. 셋이서 돌아가며 물을 먹고, 연필을 깎고, 지우개를 찾는다. 멍하게 앉아있던 둘째가  연필을 질겅질겅 하더니 옆에 있는 막내와  싸우기 시작한다. 첫째가 소리를 지른다. 집에서의 인내심 게이지는 제한점이 낮다.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막내의 문제집을 채점하기 시작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바보니? 어떻게 이걸 못해?"

마음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아차.


막내의 눈치를 살폈다.

막내가 "괜찮아, 난 영어는 진짜 잘하니까. 므헤헤"

웃어준다. 다행이다. 이 녀석의 자존감은 하늘을 찔렀었지.

"엄마가 바보라고 해서 미안, 네가 더 잘했으면 해서 그랬어."

구구절절 변명을 듣지도 않고 가버린 막내 녀석.


반성했다. 곰돌이의 엄마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잘 키워야겠다. 우리 집 삼남매도, 우리 반 곰돌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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