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만취와 절제 사이
'왜 소주병 주둥이에 깻잎을 꽂지?'
직장 상사는 냉장고에서 갓 꺼내어준 소주병을 받자 뚜껑을 돌렸다. 그리고 싱싱한 깻잎을 하나 들더니 가운데 입맥 부분을 손으로 칼집을 내듯 가르고 소주병 주둥이에 꽂았다.
"자, 이 소주병은 나의 전용 술입니다. 저는 이것 한 병만 마십니다~!"
그는 선전포고하듯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공표했다.
"사장님은 연세가 있으셔서 건강관리하시나 봐."
"아~깻잎으로 내술이라고 표시한 거야?!"
"저렇게 티를 낼 필요가 있나? 그냥 알아서 마시면 되지."
"그럼 많이 마시게 되잖아. 먹다 보면 또 더 마시게 되고. 술이 술을 부르잖아~"
"그건 그렇지. 그래도 술자리 이제 시작했는데... 저런 행동은 김 빠지잖아."
"왜~난 보기 좋은데. 나름 절주의 방법이니까!"
내가 앉은 테이블에서는 그 행동 하나에 대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나는 어떻게 생각했느냐...
젊었던 30대 초반의 나에게는 처음엔 의아했다가 잠시 뒤 "나름 센스 있는 행동이다"라고 생각했었다.
올해 내 나이가 50세가 되어보니 이십여 년 전, 그 깻잎이 크게 와닿는다.
나는 술을 잘 마시기보다는 술자리를 좋아하고 술을 즐기는 타입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몸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낀다. 젊을 땐 자고 일어나면 숙취가 해소되었는데 어느 순간, 해장국과 밥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해장하고도 오전 내에 숙취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 요즈음은 맥주 500cc나 맥주캔 1~2개, 소주는 2~3잔이 적당함을 몸소 느낀다.
소맥은 첫사랑의 기억처럼 첫 잔으로 끝내야지 술술~잘 넘어간다는 유혹에 넘어갔다가는 다음날이 힘들다. 아니 괴롭다.
맥주 2~3잔에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숙취해소제를 챙겨 먹어야 하고 어설프게 술을 마시면 잠도 설치게 되니 나이 듦을 몸소 실감한다.
소주병 주둥이에 걸린 초록의 깻잎 한 장!
이젠 나도
그런 술자리의 지혜가
필요할 나이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