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부의 놀라운 재테크 기법

by 몽구

[가정부의 놀라운 재테크 기법]

때는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건비가 싼 만큼 가정부를

고용하는 집이 꽤 많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인력 수급이 불안해지더니

가정부 고용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당시 우리 가족은 50평을

위아래로 구입하여

할아버지, 삼촌, 나 이렇게

세 사람이 아랫층에 거주하고

바로 위층에는 부모님과 동생이

거주하고 있었다.

식구가 많다 보니 가정부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했다.


먼 친척을 통해 어렵게 구하다가

이마저도 수월치 않으니 나중에는

신문에 광고는 낸다.

가정부 구함. 침식 제공, 월 얼마.


따르릉 전화가 왔다.

속초에서 상경하여 서울역에 와 있는데

신문을 보고 전화했단다.

친절하게 설명된 약도를 따라

우리 집으로 찾아온 그녀는

시골 처녀답게 검은 얼굴에

단단하고 억센 몸매를 보이고 있다.


일을 얼마나 잘 하는지

온 가족이 대만족이다.

말귀를 정확하게 알아듣고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는 것을 봐서는

두뇌 회전이 평상치는 넘어서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통이 잘 되니

빠른 시간에 가족처럼 되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적적하셨던 할아버지는

눈썰미, 입썰미가 좋은 그녀를 데리고

외출하시기를 즐겨하셨다.


주일만 되면 전용차를 타시고

당일 여행을 즐겨 다니시니

온 가족이 할머니의 빈자리를 채워 준

그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되어 버렸다.


무주구천동까지 당일로

다녀오실 정도로

여행을 즐겨하시다 보니

긴 시간 오가는 차 속에서 당연히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그 때 할아버지 슬하의 아들 4형제가

모두 공장을 운영하며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간간이 공장에 들러 아들들에게

빌려준 돈 빨리 갚으라고 하면서도

힘차게 돌아가는 공장에 대견해 하셨다.


이렇게 그녀는 할아버지의

둘도 없는 말동무가 되어

말년의 우리 할아버지는

행복하게 사시다 돌아가셨다.


가족회의 끝에

그 동안 할아버지를 잘 모신

그녀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작은 집이라도 하나 사주어야겠다며

당시로서는 거금인

2천만 원을 주었다.


동시에 그녀는

아버지 회사의 사원과

중매로 연결되어 결혼하면서

회사가 있는 시흥에 살게 되었는데

2천만 원은 철저한 보안 유지를 위해

우리 아버지한테 맡겨 놓고 몸만 떠났다.

그만큼 우리 가족과는 유대감이 강했다.


회사를 그만 두고 시작한

남편의 사업이 기울자

그녀는 2천만 원을 종자돈 삼아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건축부자재 사업이다.


사람의 운이라는 것은

정말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사업을 시작할 즈음에

그 지역에서 건축 붐이 일어

떼돈을 벌게 된다.


게다가 거래처가 달라는 대로 외상을

깔아버려서 그 지역 경쟁자를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리는 능력을 발휘한다.

오죽하면 남편이 나한테 그런다.


- 외상값을 너무 떼여서 걱정입니다.


워낙 매출이 크다 보니

외상을 떼이는 것은 새발의 피다.

그것보다 라이벌을

[섬멸]시켜 버리니

그 지역 제일의 자재상으로

떠오르고 말았다.


그녀는 돈을 버는 대로

여기저기 자신의 동네와 고향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더니

결국 재테크의

촉매 역할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는 동네 땅에다가는

건물을 지어 수년 만에

빌딩을 3개 장만하고

서해안에 사 놓은 땅 옆에는

기아차 들어온다고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남편도 부인의 자금력 덕분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고

공장을 차렸다.


조금 후에는 동해안 가는 길목에 있는

포도밭을 2억원을 들여 매입하더니

일요일 쉬는 날에는 농사를 짓는다.

참 부지런하다.


한번도 파마를 한 적이 없는

그녀의 검은 얼굴에는

조금도 사치나 낭비가 없는

외길 인생을

살아왔음을 알 수가 있었다.


지난 연휴에 집사람과 함께

속초에나 가서 오징어회를 먹고

일박 하려고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 네 고향으로 여행 가려는데

좋은 식당과 숙박 시설 알면 소개해줘.

- 오빠, 뭐 하러 거기 가세요.

고성에 전원주택 하나 지어 놓은 게

있으니 거기서 쉬고 오세요.


그래서 거기서 하룻밤을 자고 오는 길에

청평 문주란 카페에서 문주란 노래 듣고

문주란과 악수 한 번 하고 왔다.

문주란은 늙었어도 여전히 매력 뿜뿜이다.


그건 그렇고

그녀의 부동산이 얼마나 되는지

대체 알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 그녀는

친동생을 뒷바라지하여

고대에 보냈고 열심히 공부한 그 놈은

대기업에서 중견 간부로 활동하고 있고

그녀의 세 자녀도 모두 대학까지 보냈다.


그렇다면 경쟁자를 전멸시키고

버는 돈으로 몽땅 땅을 사버리는

깡촌 고졸 출신 그녀의

사업 [수완]과 [배포]는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


눈치 빠른 친구 알아챘을 것이다.

내내 할아버지의 시중을 들고

말동무를 하면서

할아버지의 사업 수완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이다.

말하자면 성공한 사업가의

[특강]을 들은 것이지.


나도 공부만 하지 말고

할아버지 꽁무니만 따라다닐 것을

엄청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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