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지만 지금은 고마운 일

by 박성기


창피하지만 지금은 고마운 일



젊은 시절에 내가 겪은 창피한 일이 지금은 고마운 일이 있다. 그때는 매일 아침 출근 전 산을 오르는 일조차 내게는 하나의 경기였다. 당시 산에는 나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이들이 많았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산길에서 보이지 않는 속도 경쟁을 벌이곤 했다. “산은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라는 격언보다, 옆 사람을 앞질러 시원하게 내달리는 쾌감이 더 컸던 시절이었다.




사건은 그 치열한 하산 경쟁 속에서 터졌다. 내 체력을 과신하며 질주하던 순간, 발끝에 툭 걸린 돌부리 하나가 나를 그대로 고꾸라뜨렸다. 손바닥이 찢어지고 피가 맺혔다. 당장 출근을 해야 했기에 손등까지 흰 붕대를 감고 사무실로 향했다. 붕대 크기를 줄이려다 보니 주먹의 정권 부위만 붕대를 감게 되었다. 다친 곳은 손바닥인데 주먹을 쓰다 다친 것처럼 보인 것이다. 동료들은 나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밤새 누구랑 싸우기라도 했어요?”




산에서 경쟁하다 엎어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남보다 빨리 내려가려다 도리어 더 늦어버린 꼴이 내심 부끄러웠다. 하지만 붕대를 감은 손으로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며, 나는 예기치 못한 시련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는 법을 배웠다.




세월이 흘러 인생의 하산길에 접어든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그날의 돌부리’가 참으로 고맙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비로소 발밑을 보게 한다. 돌부리는 나를 넘어뜨린 장애물이 아니라, 자만에 빠져 질주하던 나를 붙들어 세워준 고마운 이정표였다.




그날의 '엎어짐이라는 창피함'은 멈춰 서서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삶의 귀한 가르침이었다. 나는 그때 이후 매 순간 내 앞에 놓인 돌부리를 보며 삶의 겸손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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