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만 계획적으로 살아보기' 를 읽고
<딱 1년만 계획적으로 살아보기> 이 책을 추천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어서 찾아보니 다른 책들에 비해 좀 작은 데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었다. 맘잡고 읽으면 하루 만에도 읽을 수 있을 두께였다. 사실 나는 이런 판형의 책들을 잘 구매하지 않는다.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른 책들(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크기와 두께의 책)보다 돈을 적게 받는 것도 아니면서, 내용이 빈약해 보이는 책을 굳이 값을 지불하고 사고 싶지는 않달까? 작은 책이라고 해서 내용이 빈약할 것이라니, 이 얼마나 1차원적이고 단순한 생각인가? 분명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 꺼려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리고 이런 크기의 책들은 책장에 예쁘게 꽃아 넣기도 애매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판형과 디자인도 그 책의 일부이고, 그것을 선호하고 선호하지 않고는 개개인의 취향인 것을. 그리고 나는 보통 크기와 두께의 책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보통'이라는 것의 기준은 또 누가 정하느냐의 문제가 있겠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그래서 사실 이 책을 구매할 생각은 없었다. 밀리에 있다면 가볍게 훑어 읽고 넘어가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밀리에서는 이 책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인친(인스타 친구) 님이 이 책을 피드에 올렸는데 남편이랑 같이 읽으려고 구매했다는 것이 아닌가? 안 그래도 딱히 특별한 계획 없이 직장만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 보이는 남편과 올해 계획을 함께 짜보려던 참이었다. 지금 쓰고 있는 디지털 플래너도 같이 써보고 싶어 이야기는 꺼내놓고 어영부영 시간만 지나가던 참이었다. 새벽 기상을 하면서 아이들 재우면서 같이 잠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었다. 그래서 올 한 해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해보자고 해놓고는 좀처럼 그 시간을 찾지 못했었다. 일단 뭐부터 시작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나도 아직은 읽지 못했지만 내가 읽고 남편이 이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서 책을 사보기로 했다.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이 책은, 내 계획의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내 인생의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었다. 책은 가벼웠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가 연말부터 새해 초까지 열심히 세운 계획들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것들이 이루어지고 나서의 나는 과연 행복할까? 이 수많은 계획들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누구나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김신지 작가님의 <평일도 인생이니까>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1년마다 삶을 '새로 고침'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덕분에 우리는 매년 12월이 돌아오면 31일까지 흥청망청 놀고, 1월 1일 00시부터 새 마음 새 뜻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새해 카운트다운은 상냥한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이는 것만 같다.
나한테도 그저 이 계획이 1년마다 하는 삶의 새로 고침은 아니었던 걸까? 그리고 2023년, 내년이 돌아오면 또다시 새로 고침 되어버릴 것들.
다시 원래의 이 책으로 돌아와서, 새해 목표가 잘 안 지켜지는 이유는. 우리가 1년마다 새로 고침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첫째가 방향성이 없기 때문이고, 그다음으로 우선순위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이루고 싶은 것들이야 많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다. 그렇지만 그것에 비해 내 시간과 예산, 체력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과 집중을 필요로 한다. 내가 쓰고 있는 디지털 플래너 중에 '원씽'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디지털 플래너에서는 그 달의 원씽, 그 주의 원씽, 또 하루하루의 원씽을 적는다. 한 달에 최대 3개, 하루에는 될 수 있으면 하나를 고른다. 집중해야 할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에게 있는 시간과 예산, 체력을 할 수 있는 만큼 쏟아붓는다. 루틴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루틴 하나를 만드는 것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루틴 여러 개를 한꺼번에 만들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나에게 루틴에 대해서 묻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일단 하나를 루틴으로 만들고 그다음에 다른 것을 추가하라고. 일단 루틴 하나를 만들어 두고 익숙해지게 되면 그것을 유지해나가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이제 그다음에 새로운 것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루틴을 해나가는 것에 집중한다. 이런 비슷한 말을 이 책에서도, 또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본 기억이 있으니 나 혼자서만 주장하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 확실하다. 아직도 이 말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면 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기록해 보자.
디지털 플래너나 3P 바인더, 혹은 그 비슷한 것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쉬운 이야기일 것이다. 내가 어떤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기록하고 돌아보면 알 수 있다. 무언가 하나를 내 일상에 집어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걸 알면서도 우리는 늘 실수를 한다. 최근에 한동안 내려두었던 신문읽기와 영어회화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보 같게도 이 2개를 한꺼번에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때는 내가 그림책 큐레이터 수업을 듣고 마지막 과제를 내느라 정신없이 바빠서 기존의 루틴들도 잘 해내지 못했을 때였다. 그 결과가 어땠겠는가? 말하지 않아도 뻔하지 않은가.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그저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신문과 스픽(영어회화어플이름)만 보고 스트레스만 받았을 뿐이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그림책 큐레이션 수업이 끝나고 좀 여유가 생긴 이번 주부터 '신문' 하나만 새로 루틴에 추가했다. 그것도 헤드라인만 읽기로 목표를 작게 잡았다. 이걸 성공하고 나면 이제 기사 1개라도 읽기를 도전해 볼 참이다. 이런 게 바로 선택과 집중이다.
그렇다면 방향성이란? 목표와 수단을 헷갈리지 않는 것이다. 이 책에 보면 목표 달성에 자주 실패하는 사람들의 두 가지 착각이 나온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목표와 수단을 헷갈리는 것이다. 지금 나도 하고 있는 새벽 기상, 이제는 미라클 모닝으로 더 유명하다. 인스타에도 미라클 모닝을 치면 71.9만 개라는 어마어마한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그만큼 지금의 우리는 새벽시간에 열광한다. 모임을 만들어 서로 체크해 주고 응원해 주기도 한다. 그만큼 모두가 원하면서도 쉽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다. 이 책의 작가는 굳이 새벽에 일어나서까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찾으면 눈이 떠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목표로 세우는 대부분은 사실 더 큰 꿈을 위한 수단인데 우리는 그 수단을 목표로 삼는다. 새벽 기상을 해서 그 시간에 하는 일들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을 텐데도 단지 일찍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성공했다는 것에 기뻐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그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기쁘다면 그것은 취미이다. 자기계발은 자신의 목표와 부합해서 하는 것이고 거기에 맞는 산출물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가 세운 계획들은 어떤 산출물을 도출해낼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을까? 다른 사람들이 바라고 추구하는 삶 말고. 남들이 보기에 멋지고 부러운 삶 말고. 내가 진짜 원하고, 이루고자 하는 삶은 무엇일까? 성공하고 싶다고? 그렇다면 성공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부터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내가 생각하는 성공, 아니 행복한 삶은 엄청난 돈을 벌고 출세하는 것은 아니다. 남편에게도 한 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그냥 내 집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돈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살 수 있는 경제적 여유. 가끔씩 사랑하는 가족들과 훌쩍 떠날 비행깃값을 덜컥 결제해버려도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통장 잔고. 딱 그만큼이면 충분하다. 딱 이만큼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큼 일을 해야 하고, 얼만큼을 모아야 하는지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었지만, 이 책에서 내 기억에 남는 것은 딱 그 2가지다. 내가 바라는 행복과 방향성. 새벽 기상, 미라클 모닝, 신문 읽기, 1년에 독서 50권, 운동. 방향이 없는 이 목표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누구의 행복도 아니고, 나만의 행복의 기준을 세워보자. 그리고 그 행복을 위해 내가 흘러갈 수 있도록 다이어리(플래너)와 기록에 내 몸을 맡겨보자. 그들은 행복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저을 수 있는 훌륭한 노가 되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