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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한 자유인 Nov 09. 2023

스무 살이 되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

아직 어린이더라고

5년 전 갓 성인이 되어 당당하게 민증을 들고 들어간 편의점에서 쭈뼛거리며 맥주를 사던 스무 살 나에게


스무 살이 되니 문득 그 생각이 들더라고 어렸을 때는 스무 살 = 어른이었는데...

스무 살이 되는 1월 1일 그 순간 마법처럼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

그런데 정작 스무 살이 되니 별반 다를 게 없지? 그저 더 이상 나이로 인해서 법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사라졌을 뿐 나는 그대로 열아홉 일 때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


그런데 있잖아 스물다섯도 다르지 않다? 앞으로 차차 이야기해 주겠지만 지난 5년 동안 말도 안 되게 믿을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 하지만 있지, 난 아직도 내가 애 같아. 4,50대 어른들이 마음만은 20대 청춘이다라고 하시는 말씀들 있잖아 나 이제 그게 뭔지 알 것 같아. 나는 그대로인데 나이라는 숫자만 하나씩 올라가고 사회적으로 다해야 할 책임과 역할만 달라진 기분이야. 


그래도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해주자면 그래도 스물다섯 살은 스무 살의 나보다는 훨씬 안정되고 심적으로 편안한 삶을 살고 있어. 뒤돌아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스무 살이라는 그 타이틀이 주는 자유감, 해방감, 들뜬 마음, 미래에 대한 불안 등등으로 인해서 가장 묘한 한 해를 보냈던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직 대학생이 아닌 스무 살이지만 '고등학생'인 신분이라 더 성인과 청소년 사이의 끼인 존재로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는 한 해였던 것 같네.


지금 정말 많은 고민과 걱정이 있는 시기라는 걸 알아. 전공도 대학도 너무 많은 것들이 불투명하고 모든 게 너의 책임인 것만 같지. 그런데 내가 정말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앞이 캄캄하고 답이 없고 '이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런 시련을 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시기에도 끝이 있더라고. 정말 말도 안 되게 갑자기 어딘가에서 답이 뚝 떨어지고 그 이후에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그런 일이 생기더라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가 잘하는 일을 하렴.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 딱 그것만 하면 된단다. 그 밖에 너무 많은 일들을 걱정하지 마. 지금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 갈 수 있는 길이 넓고 많고 해야 할 일도 그에 따라서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질 거야. 혹시라도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지금 해둬야 하는 일이 있는데 안 해서 미래의 내가 고생을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생산성 있게 일하지도 못하는 고통만 받는 그런 시기일 텐데 너무 걱정하지 마. 너는 언제나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했고 그로 인해 5년 뒤의 나는 네가 생각했던 것과는 정말 다른 삶이지만 잘 살고 있단다. 네가 상상했던 그런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아. 하지만 내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내 생각의 범위 밖으로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어. 그렇다고 항상 좋기만 했던 건 아니야. 힘든 과정들이 앞에 수 없이 놓여있지만 결국에는 지금의 네가 열심히 살아준 덕분에 스물다섯의 내가 잘 살고 있어. 앞으로 하나씩 하나씩 어떤 삶이 펼쳐질지 얘기해 줄 테니 지금은 걱정을 조금 내려두어도 좋아.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 연설에서 그런 얘기를 했지, 점들은 뒤를 돌아보았을 때 비로소 연결할 수 있다고. 결과론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 이미 이 모든 일들을 지나왔으니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이 맞더라고. 지금 당장은 내 행동 하나하나가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르겠지만 돌아보면 그것들이 모여 내 인생을 만들었어. 조금 기대해도 좋아. 5년 뒤의 내가 어떤 사람일지 천천히 이야기 들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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