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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한 자유인 Nov 17. 2023

대학 졸업하고 뭐 해?

이건 현재 진행형

오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인 내 고민이자 현재 내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해.


대학 생활은 사실 많이 바쁘고 힘들었어. 대학의 낭만보다는 공부하다가 끝난 것 같아. 그래도 기억에 남는 건 룸메들이랑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서 자리 잡고 귤 까먹으면서 하루종일 공부한 것, 끝나고 같이 자전거 타고 집에 온 것, 생일이면 아침에 팬케이크 구워준 것 등등 소소한 재미랑 추억은 많이 만들었어. 그런데 졸업할 즘 되니까 너무 막막했어. 그렇게 같이 아무 생각 없이 슈퍼에서 초콜릿빵 할인한다고 기뻐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 대학원에 합격하더라고. 근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원에 갈 상황도 아니었고 정말로 가고 싶은지도 모르겠었어서 일단 졸업하고 한국으로 왔어. 두세 달 지내다가 다시 네덜란드로 갈 생각이었지. 네덜란드에서의 삶이 정말 만족스러웠거든. 


그런데 어쩌다 보니 정말 감사한 기회를 얻어서 홍콩에서 인턴으로 생활하고 있어. 이건 또 무슨 소리냐고? 왜 갑자기 홍콩? 웅 홍콩에 왔어. 사실 이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정말 삶이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아서 지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서 시작했어. 스무 살의 나는 생각도 안 해본 삶을 살고 있어. 스무 살이 뭐야 사실 1년 전 나에게 가서 내년 이맘때쯤 너는 홍콩에서 일을 하고 있을 거다?라고 누군가 말을 해줬다면 정말 귓등을 스치지도 않고 무시했을 거야.


그래서 사실 여기서부터는 나도 아직 모르겠어. 1년 뒤의 내가 어디서 무엇을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정말 기대되고 궁금해. 내가 처음 시작할 때 얘기했었지, 스무 살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점은 지금이 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거라고. 지금의 나도 아직 정해진 것이 하나도 없어. 지금 당장 1년 뒤에 어디에 있을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정해진 게 없지. 그런데 있지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아. 너에게 있을 앞으로의 5년 동안의 경험이, 나에게는 지난 5년 동안의 경험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 과정이 분명 힘들고 스트레스받겠지만 그래도 어딘가 뚫고 나갈 구멍은 있겠구나 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 같아.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시간이 많이 지나고 다시 돌아보면 조금은 그 기억이 희석되고 그 어려움을 지나온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더라고.


대학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 아직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조금 헷갈릴 때도 있거든. 그거는 현재를 사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 내가 5년이 지난 뒤에야 뒤돌아 봤을 때 스무 살의 나는 걱정이 많았지만 그래도 잘 살고 있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내 삶에 대한 판단은 조금 더 나중의 내가 해줄 것 같아. 하지만 내가 스무 살의 나에게 얘기해 줬듯이 지금의 나도 내 생각보다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스무 살의 내가 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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