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그라탱
인스트그램을 열어본다. 여기저기 반짝이는 것 천지이다. 카페와 식당들은 먹음직스러울 뿐만이 아니라 화려한 연말 파티 음식을 소개한다. 많은 이들이 가족, 연인, 또는 친구와 사랑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바깥은 춥지만 그들은 맞닿아서 온기를 만들어낸다. 참 반짝이고, 따스하고, 포근해 보인다.
나는 먼저 나서서 약속을 잡지도 않는 편이기도 하고, 가족들이 있는 부산 본가로 내려가지도 않았다. 혼자 지내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요즘이라, 연말이라고 다르게 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기도 했다. 그렇지만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작지 않은 쓸쓸함을 주었다. 이런 SNS를 그만두어야 하나 싶다가도 '이 재미나고 방대한 정보가 가득한 것을 어찌!' 하며 또 인스타그램을 뒤적인다.
난 반짝임, 따스함, 포근함에 대한 갈증이 생겨버렸다. 그렇다면, 나를 위해서 이것들을 내가 보충해 주어야지! 그래서 난 묵직하고 진득한 크림이 가득한 그라탱을 만들었다. 그라탱의 주인공은 요즘 제철을 맞이한 브로콜리. 브로콜리를 살 때면 나 스스로에게 꽃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꽤나 좋아진다. 꽃봉오리가 딱 적당히, 곱게 피어있는 것으로 신중에 신중을 더하여 고른다. 정말이지 누군가에게 선물한 꽃 한 송이를 고르는 것처럼.
그렇게 탄생한 브로콜리 그라탱. 그라탱 레시피의 시작이자 대부분인 '비건 베사멜 소스'를 소개하려 한다. 이대로만 먹어도 참 고소하니 맛있는 소스이다. 꼭 그라탱을 위한 소스로만이 아니라 다른 재료를 추가하여 새로운 소스를 만들 수도 있는 등 아주 유용하게 잘 쓰인다.
<비건 베사멜 소스>
재료(1인분): 두유 120ml, 코코넛크림 30ml, 현미가루(혹은 아몬드 가루, 쌀가루, 밀가루) 1t, 전분 1t, 오일 1.5t, 소금과 후추 약간
방법:
1. 약불에서 냄비에 오일을 두르고 가루류(현미가루와 전분)를 넣는다.
2. 약 1~2분간 섞다가 두유와 코코넛크림을 넣고 바닥에 들러붙지 않도록 저어준다.
3. 원하는 정도의 농도의 80프로쯤 되면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넣는다.
4. 불을 끄고 1분가량 계속 저어준다. (식으면서 더 점성이 생긴다.)
<브로콜리 그라탱>
재료(1인분): 데친 브로콜리 약 1/3개, 표고버섯 2개, 양파 1/4, 마늘 2쪽, 비건 베샤멜소스
방법:
1. 다진 마늘과 잘게 썬 양파를 약불에서 볶는다.
2. 마늘과 양파의 향이 올라오면 표고버섯을 넣는다.
3. 버섯의 향이 올라오면 브로콜리를 넣고 조금 볶아준 후, 비건 베사멜 소스를 넣고 계속 저어준다.
4. 양에 따라 타지 않게 물을 조금씩 넣어준다.
5. 모든 재료가 잘 어우러지면 불을 끄고 그릇에 담는다.
집에 오븐이 없어 냄비로만 조리하였고, 치즈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식이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윗면의 치즈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그라탱의 그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갑자기 며칠 전에 먹은 이 맛이 생각이 나서 군침이 돈다. 오늘 나의 냉장고에 브로콜리가 없음이 아쉬워진다..
2022년의 연말이 문득 생각난다. 난 다음 해 1월 초의 시험으로 고통받으며 외로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처음 느끼는 그 사무치는 고독함을 어찌 달래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이브 날의 저녁, 나는 야심한 밤에 홀로 동네 빵집에서 홀케이크를 주문해 걸신들린 듯이 와구와구 먹었었다. 큰 불안을 안고 계속해서 케이크를 내 속으로 집어넣었다. 배가 무척이나 불러왔었지만 마음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이었다.
그 이후로 2년이 지났다. 그때도 지금도 조금은 쓸쓸함이 느껴지는 연말이지만, 이를 대하는 나의 모습은 많이도 달라졌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요리를 해서 나에게 선물하며 나도 반짝이고, 따뜻하고, 포근한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이 글을 읽은 모두 남은 2024년, 그 따스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