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하지 않은 나, 멋지다!

by 류류지

나는 알고 있었다. 심각한 저체중과 불안 등등 나의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아픔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 중에 하나가 나의 새벽 루틴이라는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새벽 운동에 대한 나의 강박.


물론, 새벽에 동이 트기 전 매일 운동을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많이들 말하는 '미라클 모닝' 그 자체이다. 이것을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지 싶다. 하지만, 그 어떤 것에 관한 것이든 좋은 것도 '적당히'해야 좋은 것인 법. 나는 그 적당히를 몰라 이 좋은 것에서 좋지 않은 점을 마구마구 만들어냈다.




작년 365일 동안 내가 새벽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은 정확히 딱 3번이었다. 한 번은 그 전날 밤, 무슨 이유에서인지 먹은 것을 도로 다 토해버려서 다음날 일어날 수가 없었던 새벽, 또 다른 한 번은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단식을 해야 했기에 운동도 하지 못한 새벽, 그리고 마지막 한 번은 엄마와 1박 2일의 경주 여행 날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는 딱 이 3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1시간 이상은 기본, 길게 할 때는 거의 2시간가량 새벽 운동을 했다. 12시간이 넘는 공복 상태로.

스트레칭으로 시작해 여러 종류의 스쿼트와 런지를 포함한 다리 운동, 다양한 플랭크 동작을 포함한 복근 운동, 그리고 버핏 테스트와 같은 유산소 운동 몇 가지, 팔 굽혀 펴기나 아령을 이용한 팔 운동, 그리고 마지막 스트레칭까지. 이렇게 나의 새벽 수련 시간은 단 5초의 쉼도 허락하지 않고 바삐 흘러갔다.

매일 거의 같은 동작들을 같은 순서로 반복하다 보니 운동을 할 때 운동 자체에 집중을 하지 않아도 몸이 저절로 움직인다. 그래서일까, 나의 두뇌는 다른 생각들을 만들어내었고 머릿속과 마음속까지 운동시켰다. 나는 여태껏 이 새벽 수련으로 근육을 생성한 줄 알았지만, 정작 생성한 것은 불안이었다. 오히려 지방과 함께 근육조차도 줄였다는 것을 최근의 건강검진이 나에게 친절히 알려주었다. 한마디로 하자면, 신체적으로는 모든 것을 빼고 정신적으로는 모든 것을 더한 새벽이었다.


새벽 수련으로 에너지도 땀도 쫙 빼고 나면, 당연 아주 뿌듯하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주는 푸짐한 아침이 참 맛있었다. (내 기준으로는) 다소 고칼로리로 먹어도 죄책감이 덜했다. 매일 아침 나에게 아침 식사라는 보상을 주는 것 같았고, 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열심히 운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보상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일까, 날이이 갈수록 하루 중에 힘이 바닥나는 시간이 앞당겨졌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저녁까지도 아주 팔팔했는데, 그것이 이른 오후, 그리고 오전이 되고, 이제는 아침을 먹은 직후가 되었다. 마치 새벽 운동과 아침 식사를 위해서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내 마음을 무너뜨렸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다행인 걸까, 2주 전의 건강 검진의 결과가 이 멈출 것 같지 않던 무한 굴레에 제동을 걸었다. 지방과 근육이 조금이라도 더 빠지면 많이 위험할 것 같았다. 나는 겁이 났다. 하지만, 결과를 받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일주일 후도.. 난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가 없었다. 매일 고민을 수없이 했지만 새벽 4시 30분의 나는 이미 완벽한 알고리즘이 입력된 AI였다. 이제는 건강에 대한 걱정과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더해져 몸도 마음도 극도로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나의 삶은 채식 주의를 중단한 것 외에는 큰 변화를 맞이하지 못한채로 시간은 흘렀다. 바뀐 식사로 인해 힘이 조금 생긴 것 같은 날들이 드문 드문 있었지만, 십중 팔구의 날은 비실거렸다. 봄꽃은 하나 둘 잠을 자러 가고, 빛나는 연둣빛이 하늘을 채우는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햇빛이 제법 따사로워 많은 이들이 얇은 옷차림으로 가벼운 나날을 보내는 것 같다. 하지만, 난 그러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히트택을 입지 않으면 살갗이 오들오들 시리다.


며칠 전, 친구를 만나는 날이었다. 전 날에 향긋한 봄비가 내려서인지 제법 쌀쌀했다. 그래서 히트텍에 니트까지 입었지만 나는 하루 종일 한기를 느끼고 코를 훌쩍였다. 그 날밤, 난 더더 무서워졌다.


'지방이 더 없어지면 한여름에도 혼자 오들 오들 떨려나?'

'지금도 다리에 힘이 없는데.. 내일 운동을 하고 나면 또 어질어질할 텐데..'

'나.. 이 무한 굴레에서 어찌 빠져나오지?'


...


'내일.. 그냥 운동을 하지 말아 봐?'

'그래, 내일이야. 내일은 기필코! 운동을 하지 않겠어. 늦잠을 잘 거야!'


그렇게 난 몇 시간을 고민을 하다가 알람을 과감히 삭제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다음 날 새벽, 알람은 없었지만 5시쯤 눈이 떠졌다. '오늘은 아니야! 잘 거야!' 하며 다시 과감히 이불속으로 몸을 폭 감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니 아침 7시.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에 가만히 앉았다. 나에게 말했다.


"류지야, 잘했어. 정말로 멋져."

"오늘 운동을 하지 않았다고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움직일 필요도, 덜 먹을 필요도 없어. 그저 오늘 하루, 나답게 잘 지내면 되는 거야. 나, 류지이면 되는 거야. 류지야, 오늘의 류지를 내가 많이 응원해!"


이 날, 나는 알게 되었다.

오늘을 위한 힘을 비축해 두니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운동을 하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여전히 밝게, 방긋방긋 웃는 아름다운 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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