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의 거리, 소원까지의 시간

by 현범

나는 달과 관련된 나만의 퇴근 루틴을 가지고 있다.

보통 저녁 7시쯤 퇴근하는데,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꼭 습관처럼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은 어떤 달이 떴을까'

보름달이 보이면 어김없이 마음속으로 소원을 빈다.

지금까지 보름달에 꽤 많은 소원을 보냈지만 아직 이뤄진 건 없다.

보름달1.png 사진 출처 : 한국천문연구원

지구에서 달까지 걸어서 간다면 약 11년이 걸린다고 한다.

자동차로 시속 110km를 달리면 약 145일, 달 탐사선은 약 4일.

소원이 달까지 닿았다가 다시 내게 돌아오는 걸 생각하면,
그 시간은 왕복으로 계산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내 소원이 이뤄지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다.

지금 내 소원이 걷고 있는지, 자동차를 타고 가는지,
달 탐사선을 탔는지는 알 수 없지만(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걸 보면 탐사선은 아닌 것 같다),

언젠가는 내가 달에게 빌었던 소원들이 순서대로 도착할 것이라 믿는다.


오늘 밤 하늘에 뜬 보름달은 ‘핑크문’이라고 한다.

보름달 중에서도 가장 지구에서 먼 보름달이라는데,

아마 이번 소원은 조금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내 소원이 도착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천천히 밤하늘을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낮과 밤이 입 맞추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