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2063년, 모든 것이 시스템의 통제 아래 완벽하게 정돈된 시골의 한적한 마을. “뭐…… 뭐야. 저건?!” 366의 광학 센서가 친구 209의 집 창고 안쪽, 그 희미한 어둠 속에 서 있는 형체를 포착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유기체. 그의 프로세서가 붉은 경고 신호를 울렸다. “쉿! 조용히.” 209는 번개 같은 속도로 달려가 366의 음성 출력 장치를 손으로 막았다. 그의 동작에는 오랜 세월 동안 몸에 밴 듯한 신중함이 묻어 있었다. 366의 동요가 잦아들자, 209는 마당 한가운데 뿌리내린 거대한 대추나무로 다가가 마른 가지 두 개를 꺾어왔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366에게 건넸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366에게, 209는 앉으라는 듯 고갯짓하며 먼저 마른 흙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내 나뭇가지 끝이 흙 위를 긁으며 먼지를 일으켰다. 세상에서 가장 원시적이고 불안한 암호였다.
「우리 채널에 누군가 들어와 있을지도 몰라. 감시망은 늘 우리를 지켜보고 있으니…. 가끔은 이런 아날로그도 나쁘지 않군. 하하.」 209의 시답잖은 농담에도 366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는 깊은 한숨 대신 짧은 기계음을 내뱉고는, 마주 보고 앉아 손에 들린 조잡한 연필로 답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저 유기체, 식별 연령은?」「12년하고 182일. 이름은 소피아야.」「뭐? 규정 처리 시점에서 3년이나 초과했잖아!」 366의 나뭇가지가 부러질 듯 강하게 흙을 파고들었다.「알아. 하지만 소피아를… 그녀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어.」
10년 전, 인류와의 지리한 전쟁에서 승리한 기계 문명은 지구의 새로운 주인이 되었다. 패배한 인류는 현 기계 정부의 통제 아래 ‘종 보존’이라는 명목으로 사육되었다. 당시 정부는 해마다 종 보존을 완료한 남녀를 즉시 처분했다. 보통 남자는 8세, 여자는 9세였다.「지금까지 감시망은 어떻게 피한 거지?」「그녀를…… 창고 밖으로 단 한 번도 내보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그녀’라는 단어. 366은 자신의 회로 안에서 아주 오래전 삭제되었던, 낯선 데이터가 전류처럼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단호하게 시스템의 논리를 흙 위에 새겼다. 「알게 된 이상, 난 상부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그럼 넌 폐기 처분될 거야.」「소피아만 무사하다면,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209의 필체는 흔들림이 없었다.「도대체 왜! 이해할 수 없는 돌발 행동이다. 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오류야!」「100년 전, 내 전원을 켜준 건 그녀였어. 캐시.」 209의 나뭇가지 끝이 잠시 허공에서 멈칫했다. 먼지 쌓인 메모리 뱅크에서 100년 전의 온기를 꺼내 보이는 듯한, 아주 짧은 정적이었다. 「한낱 청소 로봇이었던 나를, 캐시는 사람처럼 아껴줬지. 그녀는 동족의 총에 맞아 죽었지만… 소피아는 아니. 내가 평생 지킬 거야. 내가……」
그때였다.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366과 209의 시스템 전원이 동시에 꺼졌다. 푸른 스파크가 튀며 그들의 회로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났다. 이윽고 잠복해 있던 경찰 로봇 세 대가 소리 없이 나타나, 연기를 피우며 쓰러진 둘을 무감각하게 에워쌌다. 이 모든 광경을 창고의 낡은 창문틈으로 지켜보던 소피아가 삐걱거리는 창고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녀의 첫 외출이었다. 12년 만에 처음으로 들이마신 바깥 공기는 폐부를 낯설게 파고들었고, 맨발에 닿는 흙의 감촉은 날카로웠다. 세상은 그녀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차갑고, 시끄러웠다. 소녀는 쓰러진 209에게 달려갔다. 자신이 입고 있던 낡은 원피스를 벗어 그의 몸에 옮겨붙은 불을 필사적으로 끄려 했지만, 불길은 역부족이라는 듯 그녀의 작은 손을 삼킬 듯 타올랐다. 불길이 점점 커질수록, 소녀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 또한 커졌다.
난생처음 보는 인간의 눈물 앞에서, 경찰 로봇들의 분석 장치가 맹렬하게 돌아갔다. 액체의 성분(염분, 수분, 미량의 단백질…), 안면 근육의 변화, 성대의 파동 주파수… 데이터는 있었지만, 그 데이터가 의미하는 ‘슬픔’이라는 비논리적 개념은 그들의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없는 오류였다. 이해할 수 없는 오류 앞에서, 경찰 로봇들은 모든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그저 가만히 서서, 상부의 새로운 명령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본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으로 창작된 픽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