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쓰지 말자, 어짜피 살충제 한 방이면 죽을 것들.
생존하려함은 생명의 이치인데,
어쩌면 이것들은 생명이 아닌 괴물일지도.
-
한적한 강 둔치, 딸과 아빠가 손을 잡고 걷고있었다.
그러던 와중 딸이 손을 뿌리치고 어디론가 뛰어갔다.
목적지는 구멍이 숭숭 뚫린 하수구 뚜껑.
딸은 그 안이 궁금한 듯 하수구 속을 유심히 쳐다본다.
딸이 바라보는 그곳에는 벌레들이 득실득실했다.
그 벌레들은 특이했다.
대부분의 벌레들은 서로에게 크게 해가 되지 않는 이상 협력을 하며 생존하지만
이것들은 달랐다.
딸이 빵가루를 살포시 구멍 속으로 떨어뜨렸을 때,
그것조차 자기들이 더 많이 가지겠다고 싸움을 벌인다.
이미 생존할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이 있는데도,
조금이라도 더 가지기 위해 서로를 죽이는 것이다.
하수구 속엔 실시간으로 벌레들의 시체가 쌓여갔다.
딸은 조금 더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어떤 개체는 먹지 못해 굶어 죽고, 어떤 개체는 배가 터져 죽는다.
이것이 생존에 어떤 도움이 되기에-?
그러곤 한다는 짓이 빠글빠글 모여 죽은 그것의 장례를 치르며 슬픈 시늉을 한 뒤,
뒤에선 남은 빵가루를 다시 나누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든다.
또한 이것들은 뭔가를 많이 만든다.
호기심도 많은지, 하수구 속 찌꺼기들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듯 했다.
참 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벌레치고 저정도면 똑똑한가.
웃긴건 그렇게 기록한 것들을 작은 상자같은 공간에 갇혀 바라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개체도 많다는 것.
모든 생명체들은 생존으로 나아가는데,
이것들은 왜 스스로를 파멸시키는지 궁금했던 아이는
아빠에게 이 벌레의 이름을 물었다.
그리고 아빠는 대답했다.
그 벌레들은,
호모 사피엔스라고 하는 종이야.
이 작은 벌레들의 생존 방식은 아직까지도 연구되고 있지만,
우주의 모든 이치를 해석한 우리조차 아직 풀지 못했단다.
어쩌면 이것들은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라, 괴물 아닐까?
...
으- 징그러!
아이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아빠는 그런 아이가 귀엽다는 듯 껄껄 웃었다.
그러곤 두 사람은 놓았던 손을 잡고 다시 가던 길을 유유히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