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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Mar 28. 2022

겁내지 마, 너희들을 지켜줄 거야

북촌과 가회민화박물관

남산의 한옥마을과 북촌은 이어서 가요. 같은 한옥이지만 남촌에 살던 양반들과 북촌에 살던 양반들의 이야기를 이어서 하면 이해가 더 잘 되는 것 같아서요. 

북촌에 갈 때는 민화박물관을 들러 단청카드 그리기를 하고 민화를 감상해요. 그런 뒤에 북촌을 둘러보면서 서울시 소유인 한옥에 가서 앉아서 공부를 합니다. 저에겐 이런 공간이 너무 고마워요. 이런 공간이 없다면 추울 때나 더울 때 수업하기가 미안하거든요. 계절에 맞춰 여름에는 에어컨이 나오는 박물관에를 가고 겨울에도 따뜻한 곳을 찾아가지만 딱 맞추기가 어렵고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니 적절한 공간 배분이 필요해요.

한옥 안에서 밖을 본 모습이에요. 

코로나에 갇혀 있던 아이들과 새롭게 수업을 하면서 저만 느낀 건지 모르겠는데, 아이들이 무척 조심스러워졌어요. 이것도 팀마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이미 아이들은 마스크 쓰는 게 당연합니다. 혹시라도 잊어버리고 안 쓰거나 코에서 내려오면 바로 지적하지요. 마스크 쓰는 게 힘든 아이들도 있었을 텐데, 불평하지 않고 모두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19도 걱정이긴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움츠러든 아이들이 더 마음에 걸립니다.     

아이들의 조심조심, 그 행동에 울컥해집니다.       

세상은 충분히 "모험해 볼만해."가 아닌 "나가면 위험해."로 첫 학교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     


코로나가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도 움츠리게 합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사회적 규칙에 일찍 적응한 아이들.     

학교에도 못 가고 마스크를 꼭 쓰고 있어야 하고..., 뭔가 불안해...     


황사로 뛰어놀지 못할 때도 속상했지만 황사는 눈에라도 보이니 불안함이 덜했지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공포스런 존재일까요.

조금더 나아가면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웅크린 인간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까요?  

   

코로나 때문에 갇혀 있던 아이들이라서, 수업이라도 밖에 나오니 즐거워 보입니다.

북촌 한옥 사이의 꼬불꼬불한 골목길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래봅니다.


민화 공부를 하면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도 같이 이야기합니다.

그림과 설명이 보기 좋게 되어 있어요.


높은 학년이거나 아이들이 내용에 흥미가 있을 거 같을 때 보여줘요. 


주인공 보리가 다양한 민화 주인공을 만나는 그림책이에요.

민화 관련 책을 보고 공부를 하고 <민화 나라에 온 걸 환영해> 그림책을 읽고 민화 그리기를 합니다. 민화에 나오는 그림 중 3개를 선택해서 이야기를 짓게 하지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고심을 해서 주인공 셋을 고르고 이야기를 만듭니다.(1학년이 한 거예요.)


아이가 소풍을 가고 싶었나 봅니다.
사람, 호랑이, 구름이 주인공이에요.
바다 속에서 물고기를 타고 물 밖으로, 꽃을 만나고 나비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잉어가 물 속에 집을 지었는데 나비가 그 이야기를 꽃에게 전해 주었어요.

민화에서 이야기할 주인공을 찾고 그리고, 이야기를 만든 아이들. 이렇게 이야기를 짓듯, 코로나 상황 아래서도 아이들 마음이 자유로우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막지는 못하겠지요.


민화는 백성들의 소망이 담긴 그림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 오래 살고 싶은 마음, 나쁜 일을 막아주기를, 좋은 일이 생기기를, 아이를 많이 낳기를, 장수하기를...지금이나 그때나 사람들의 소망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이를 많이 낳기를 바라는 마음만 좀 달라졌다 할까요. 아이를 적게 낳으니 더 조심조심하는 마음이 커진 듯싶어요.


민화의 동물들이 나쁜 일을 막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겠지요. 암, 그래야지요. 그것 때문에 더 사랑을 받았던 그림들이니까요. 민화의 그림들이 말합니다.

겁내지 마! 너희를 지켜줄게!


코로나 19가 사라지더라도 더 독하고 새로운 감기 바이러스는 계속 나올 거예요.     

코로나19를 조심하긴 해야겠지요. 그래도 아이들을 이런 마음으로 대하기를 바래봅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즐겨도 돼. 
먼저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하자.  
혹시 걸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너는 이겨낼 수 있어.
어차피, 사람의 목숨은 신의 영역에 속해 있어.
조심은 해야겠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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