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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사와동화 Jul 29. 2023

나나

이희영 | 창비 | 192쪽 | 2021년 10월

나나는 영혼과 몸이 분리된 수리와 은류, 영혼을 관리하는 선령의 이야기다. 어느 날 가벼운 버스 사고를 당하고 정신을 잃고 깨어난 수리와 류는 “완전히 죽은 건 아니야. 지금은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었을 뿐이니까.”(18쪽)라는 말을 듣는다. 앞으로 일주일 내로 육체를 되찾지 못하면 선령을 따라 저승으로 가야 한단다. 

SNS에 진심인 수리, 매사에 열심이고 욕심 많은 그녀와 모두에게 착한 아이지만 자신의 육체에 관심이 없는 류를 대비시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청소년의 삶을 생각하게 한다.      


“공부는 기본,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도 잘 쓰며 감각적인 사진도 잘 찍는 아이.”(131쪽) 무엇이든 완벽해서 “엄마한테 소개하고 싶지 않은 친구”(132쪽). 수리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마치 공작새의 꼬리처럼 화려하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이제껏 쌓아 온 성취를 놓치지 않으려 밤을 새워 노력해 왔다. 그러나 수리는 “나는 한 번도 힘껏 날아 본 적 없었다. 내 날개가 조금 더 크게 자라면 그때 날아오르리라 생각했다. 결국 제대로 된 날갯짓조차 해 본 적 없었다. 활짝 펼쳤을 때, 내 날개가 기대보다 작고 초라할까, 비웃음을 당할까 두려웠다.” (147쪽)     

아픈 동생을 위해 ‘착한 아이’가 되어야만 했던 류는 가족들의 선한 행동이 동생의 건강으로 응답받을 것이라는 엄마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는 아이였다. 가족을 위해, 관계를 위해 자신을 외면해 왔던 류의 삶이 애처롭다.      


영혼이 없다는 말에서 몸과 영혼을 분리해 내고 죽어서만 영혼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 살아서도 영혼 없이 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는 설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고가 없었다면 더 그렇게 살았을 아니면 평생 그렇게 살았을 수도 있다. 자기 자신한테서 떨어져 나와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보기만 해도 영혼을 찾을 수 있는 어찌보면 쉬운 것을, 그 쉬운 것을 어떤 계기와 숙제가 주어져야지만 하게 된다. 수리와 류도 그렇지 않은가? 자신을 제대로 보는 것이 그래서 쉬운 듯 어렵다.     

그래도 가끔 영혼없이 살고 싶다. 이미 그러고 있나.ㅎㅎ


“영혼은 진정으로 느끼고 알아 가는 거야.”

“…….”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거지.”(21쪽)   


“사람들이 흔히 너 자신을 찾으라고 하잖아요.”

그가 몸을 일으키고는 나를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그럼, 그 전에 이미 자신을 잃어버렸다는 뜻일까요?”(50쪽)       


“영혼이 사라진 육체가 불안하지 않다는 건, 원래는 불안 덩어리였다는 뜻인가?”(52쪽)     


인간들이 터진 주머니 속 동전처럼 홀랑홀랑 제 영혼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86쪽)     


“그래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 꼬리에 너무 많은 눈을 달아 버려서. 그 수많은 눈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거야.”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나 봐.”

내가 말했다. ‘어떤?’ 하고 되묻듯 수리가 고개를 돌렸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어렵고 힘든 사람.”

“생각보다 많을 거야.”

“벌써 두 명이나 발견했잖아?”(128쪽)     


사람들은 흔히 말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그러니 타인을 조심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세상에는 남을 속이는 엉큼한 사기꾼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그 속을 모르는 건 정작 마음의 주인이지 않을까. 한 길이란 사람의 키 정도라고 했다. 180센티미터도 안 되는 깊이에 뭐가 이리 가득 쌓였을까? 무엇을 그리 꽁꽁 숨겨 놓았을까? 왜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을까?(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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