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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하지만 근육이 안붙는다.

변명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by 비뭉

난 운동을 좋아한다.

월요일엔 퇴근 후 축구를 하고 화요일은 제자리 바이크를 타며 가볍게 회복한다.

이후 수·목·금요일엔 상체 위주의 근력운동을 한다.

요즘은 나이 먹고 허벅지가 부실해진 관계로 하체 근력도 꾸준히 기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헬스를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부푼 꿈이 있었다.

몸을 멋지게 만들어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싶었다.

단백질 중심의 식단과 함께 하루하루 성실히 운동했다.

직장인인 까닭에 아주 힘들게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뿌듯함, 성취감을 맛보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일정수준 이상의 근육이 붙질 않았다.

헬스 초창기에는 외형적 폼이 점점 올라오는게 체감되었다.

턱걸이 덕분에 자세교정이 되었는지 키도 1cm정도 더 자랐다.

초심자의 행운이었던걸까?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이내 곧 권상우 같은 몸매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헛된 꿈이었다.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나를 더욱더 극한으로 몰아붙여야만 하는 걸까?


주말에도 별 일 없으면 헬스장에 갔다.

직장인이지만 없는 시간을 만들어가며 나름 하루하루 성실히 임했다.

딱히 내 생활패턴엔 별 이상이 없는데...

혼자 심각하게 원인을 분석한 결과, 두가지 원인이 공존하고 있음을 깨우쳤다.

첫번째로는 내가 지금보다 더 무거운 무게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과,

두번째로는 내가 남들에 비해 근육이 붙기 어려운 체형과 체질을 타고난 것으로 귀결되었다.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책은 간단하다.

더 무거운 바벨을 들어올리면 된다.

남들보다 좀 더 열심히 운동하면 된다.

그럼 해결된다. 뭐가 문제인가?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그렇게 할 수 없었던 나만의 온갖 이유와 변명들로 글을 채웠음을 고백한다.


솔직히 여기서 더 운동강도를 높이는 것에 자신이 없다.

지금도 충분히 무겁고 힘들다. 할때마다 고통이 따른다.

직장에서도 허덕이는데 헬스장에서까지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기 부담스럽다.

하루이틀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삶을 오랫동안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나는 운동을 오래 하고 싶다. 환갑을 넘어서도 운동하며 젊게 살고 싶다.

현재 나는 주 3~4회 하루 50분정도 헬스를 한다.

하지만 전날 잠을 설친다거나 직장생활이 조금이라도 바빴다면 50분 채우기도 꽤나 버겁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헬스장에 가야지 가야지..' 생각하다가 소파에서 잠들어 버린 적도 꽤 많다.

지금 패턴을 유지하는 것 자체에도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상황이다.

헬스장에서 마냥 헐겁게 운동하지도 않는다.

운동 후에는 땀이 비오듯 흐른다. 남들 하는 정도는 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매주 월요일마다 퇴근 후 2시간 가량 축구를 한다.

축구는 굉장히 많이 뛰는 운동이기에 밤 11시가 다되어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된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축구장에 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물론 막상 가면 즐겁지만 말이다.

운동에 한해서는 그래도 나름 꾸준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여기서 더 열심히 한다라... 자신 없다.


내가 운동을 해도 근육이 안붙는 두번째 이유다.

내 타고난 체질이 그렇다. 불행하게도 근육이 몹시 안붙는 인간이다.

남자들 중에서도 뼈대가 상당히 얇은 편이다. 과거에는 때때로 이것이 스트레스였다.

손목시계를 차려고 해도 얇은 손목두께에 맞는 시계가 없었기에 시계끈 절반 이상을 날려야 했다.

가는 손목에 간신히 끼워맞춘듯한 시계는 아무리 좋게 보고싶어도 예쁘지 않았다.

워낙 뼈대가 얇다보니 근육이 붙어도 겉보기에 크게 티가 안난다.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 가면 새삼 깨닫게 되는데, 주변인들을 보다 거울 속 나를 보면 전반적으로 굉장히 얇게 생긴 모습에 흠칫 놀란다.

그래. 이런 체질들은 근육이 쉽게 붙지도 못하거니와 붙는다고 해도 옷을 입으면 별 티가 안난다.

나와 반대로 와이프 집안은 대체로 기골이 장대하다.

와이프 집안 남자들은 헬스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헬스를 하는 순간 근육이 순식간에 붙어서 뚱뚱해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위 말해 근육돼지 유망주들이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나름 설득력이 있다.

재작년 즈음인가, 인천공항에서 어떤 여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타려고 우리 부부를 급하게 앞지르다가 실수로 와이프와 충돌한 적이 있다.

가만히 서있던 와이프는 미동도 없었다. 와서 부딪친 그 여자는 5m를 넘게 데굴데굴 굴렀다.

와이프는 헬스를 하지 않는다. 타고난 집안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보통 힘이 아니다. 가끔 우리 부부가 서로 장난치는 날이 있는데 그럴때마다 혼자 생각한다. 내가 운동을 해도 좀 밀리는데 운동을 아예 안한다면 늙어서 반으로 접힐 것이다.

참 부러운 체질이다. 나는 그렇게 타고나질 못했다.


운동을 해도 근육이 도무지 붙지 않는 나에 대해 구구절절 핑계대 보았다.

근육때문에 살쪄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하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근육돼지도 깜냥이 돼야 하는거다.

난 그저 이 정도 운동량으로 이 정도 체형을 적당히 유지한 채 살아갈 운명인듯 하다.

좀 아쉽지만 겸허히 받아들인다.

물론 그렇다고 운동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하고 있으니 아침에 쉬지않고 뛰어서 지각을 모면할 수 있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회사까지 계속 뛸 수 있는 체력을 운동하기 전엔 꿈도 못꾸었다.

달리고 달려 정시 출근 도장을 딱 찍었을때 밀려드는 쾌감과 성취감은... 이 맛에 운동하는구나 싶다.

권상우같은 몸이 되는 것에는 실패한 듯 하지만 그럼에도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그 외에도 여러모로 장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음과 같이 세네가지로 압축된다.

1) 훗날 건강하게 태어나야할 2세를 위해서.

2) 두뇌 건강을 위해서.

3) 축구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4) 생산성 높은 몇 안되는 활동 중 하나라고 느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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