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21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제21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여느 때 같으면 잎이 벌써 떨어져 없을 것 같은 시기에 아직도 말라 붙어 있는 나뭇잎들.
절기상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되었지만 이상기후 덕분에 늦은 가을도 오래 볼 수 있어 좋긴 하다.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환자들의 표정이 늦가을의 표정만큼이나 다채롭다.
오늘은 그다지 분비지 않는 순서와 기다림이 오래지 않아 살짝 짜증이 나려다가도 내 이름이 대기명단에 반짝이면 금세 풀어진다.
오전을 넘기지 않고 진료와 항암주사까지 맞고 나니 아침을 거른 공복에 허기가 느껴져 병원식당에서 매콤한 순두부찌개를 먹고 나왔다.
집에 와 한잠을 푹 자고 나니 얼얼해진 몸도 다소 풀어지는 듯...
이제 12월에 한번 더 항암치료를 하고 내년 1월에 CT와 필요한 검사 결과를 보고 항암치료를 더 할지 중단할지 결정하겠다고 하니 나의 병원생활도 터널 끝에 다다르고 있다.
처음 낯설고 어설픈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참 부족해진 몸과 마음이 익숙해진 병원 시스템이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는 오늘 같은 기분도 곧 멀리하게 된다.
내년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삶의 경쟁적인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에 어떻게 대처하고 부딪쳐야 할지 막연하고 또 전이되거나 재발이 되지 않도록 관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불안함과 두려움이 저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어 완전히 떨쳐 버리지도 못하겠다.
훌훌 떨쳐 버리고 일어나 이전의 나보다 더 활기차고 멋진 삶을 누리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다.
정리하지 못한 글쓰기도 해야 하고 구매한 강의도 들어야 하고 기본적인 운동도 해야 하고 밀린 일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자.
괜찮니?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