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야기
1.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있냐?
1.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있냐?
작년에는 하지 못한 김장을
누나가 친구집에서 가져온 배추를 엄니는 소금에 절이고 새벽에 일어나 한번 뒤집어 주고 적당히 절여진 배추를 오후에 건져 물 빼는 시간을 고려하여 다음날 아침 양념을 채우는 작업까지 3일에 걸쳐 누나와 어머니가 김장을 했다.
다른 때에 비해 적은 양을 하니 그렇게 큰 힘 들이지 않고 수월하게 끝난 것 같다. (내 생각)
나는 옆에서 절인 배추 나르고 빈통 가져다주는 등 소소한 심부름을 하며 거드는 역할이 마땅한 일이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옆에서 두루두루 살펴보며 간섭 아닌 간섭도 아니 참견하는 아버지도 한몫 거드셨다.
김장을 끝내고 겉절이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 수육을 점심으로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후식으로 과일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버지는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앉아 있냐'라고 핀잔하신다.
우리 모두는 빵 터진 웃음을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얘기를 아버지는 전혀 듣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냐면 아버지는 보청기를 끼고 있지 않아서...!
빵 터진 웃음 뒤에 한편으로는 듣지 못하시는 서글픔이 밀려와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이 들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