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어버린 날
놀러 간 친구네 집은 처음 길이었다
마당엔 너무나 안락한 그네가 걸려있었고
나는 그네가 움직일 때마다
끽끽 대는 쇳소리에 심취되어
분꽃이 톡톡
나른한 노을을 마중 나온 줄도 몰랐다
급하게
친구네 집을 나왔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학교에선 멀었고
우리 집과도 방향이 달랐다
엉킨 골목을 빙빙 돌다 눈물이 막 나오려는데
마르고 안경을 썼던 너는
내 이름을 불렀고
내가 길을 잃어버린 걸 꿈에서 본 것처럼
태연하게 학교까지 데려다주었지
너를 따라 골목은 스르르 한 길로 이어지고
그때 너의 등 뒤로
초저녁달이 빙글거렸고
나는 프리즘에 갇힌 것처럼
울렁거렸다
서울 정릉에 있는 숭덕초등학교를 다닐 때 방과 후 새로 짝이 된 친구네 집에 놀러 갔습니다.
지금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서 골목이 사라졌지만
제가 어릴 때 정릉은 높은 언덕과 꼬불꼬불한 골목으로 정겹던 동네였습니다.
친구네 집 마당에는 너무 예쁜 그네가 걸려있었고 저는 그네를 타느라 저녁이 오고 있는 줄도 모르다
화들짝 놀라 급하게 친구네 집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골목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빙빙 같은 길을 돌다가 엉엉 울고 있는데 같은 반 남자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애가 저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었고, 길 잃어버린 일을 아무에게도 소문내지 않았습니다. 그 애의 착하고 조용한 뒷모습이 문득 떠오릅니다.
저는 아직도 길치입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