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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스 홍 Aug 10. 2023

안부를 물어주세요

러브레터

거대한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소식으로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는데 나는 혼자 철없이 바람이 불고 비 오는 날이 시원해서 좋습니다. 실외기 뜨거운 바람에 시달리던 풀들도 오늘은 시원합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열어 논 창문 틈으로 바람이 덜컹 데고 빗방울이 튕깁니다. 여름내 벌컥 마시던 아이스커피 대신 따뜻한 라떼기는 날입니다.


쨍쨍 울어 데던 매미소리도 뚝 그쳤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산책 때마다 마주치던 작은 새들과 여린 날개를 가진 곤충들은 어디서 어떻게 비를 피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길고양이들은 어디에 몸을 숨기는지 걱정이 되었지요. 아마도 나무그늘이나 지하 주차장에 숨어 태풍이 순하게 지나가길 저처럼 기도하고 있겠지요. 작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안락한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릅니다.


아침에 동생으로부터 태풍에 피해가 없는지 묻는 안부전화를 받았습니다. 울컥 쓰나미보다 큰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누군가 안부를 물어주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두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누군가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행복한 사람입니다. 태풍이 몰아쳐도 넘어설 수 있는 강한 힘을 공급받았기 때문입니다.


오겡끼 데스까?”라고 유명한 대사를 남긴 <러브레터>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등반을 가서 돌아오지 못한 연인을 그리워하며 겨울 산을 향해 외치던 안부 “잘 계시나요?” 그 한마디에 펑펑 쏟아내던 눈물이 생각납니다.


오늘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모두 태풍에 피해 없이 무사하고 평안하시길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햇빛과 함께 날아오를 작은 새들에게도 매미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


당신도 지금 당장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에게 안부를 물어보세요~~~

*표지사진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 그림

*하단 사진은 영화 '러브레터'의 장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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