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소식으로 온 나라가 긴장하고 있는데 나는 혼자 철없이 바람이 불고 비 오는 날이 시원해서 좋습니다. 실외기 뜨거운 바람에 시달리던 풀들도 오늘은 시원합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열어 논 창문 틈으로 바람이 덜컹 데고 빗방울이 튕깁니다. 여름내 벌컥 마시던 아이스커피 대신 따뜻한 라떼가 당기는 날입니다.
쨍쨍 울어 데던 매미소리도 뚝 그쳤습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산책 때마다 마주치던 작은 새들과 여린 날개를 가진 곤충들은 어디서 어떻게 비를 피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길고양이들은 어디에 몸을 숨기는지 걱정이 되었지요. 아마도 나무그늘이나 지하 주차장에 숨어 태풍이 순하게 지나가길 저처럼 기도하고 있겠지요. 작지만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안락한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릅니다.
아침에 동생으로부터 태풍에 피해가 없는지 묻는 안부전화를 받았습니다. 울컥 쓰나미보다 큰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누군가 안부를 물어주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두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누군가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행복한 사람입니다. 태풍이 몰아쳐도 넘어설 수 있는 강한 힘을 공급받았기 때문입니다.
“오겡끼 데스까?”라고 유명한 대사를 남긴 <러브레터>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등반을 가서 돌아오지 못한 연인을 그리워하며 겨울 산을 향해 외치던 안부 “잘 계시나요?” 그 한마디에 펑펑 쏟아내던 눈물이 생각납니다.
오늘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모두 태풍에 피해 없이 무사하고 평안하시길 바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비가 그치면 햇빛과 함께 날아오를 작은 새들에게도 매미에게도 고양이에게도 안부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