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봉선화
네가 나에게 가져온 첫 꽃이었어
분홍빛의 선명한 꽃이 피어 있었지
작은 토분의 임파첸스
단풍잎 같은 다섯 살의 작은 손으로
부드러운 흙을 토닥토닥하며 심었을
너의 시간이 내 눈앞에 그려져
화분을 두 손에 쥐고
예쁘게 웃는 너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어
작은 너는
내겐 하늘만큼 땅만큼
큰 감동이었어
임파첸스(서양 봉선화)를 처음 만난 날에 대한 단상이다.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기도 했다.
Mother's day의 선물로 겨우겨우 적은 카드와 분홍 꽃화분을 내게 내밀었다.
아이로부터 받는 첫선물이었다.
Pre-school에선 어쩜 그렇게 사랑스러운 선물을 준비했을까?
작은 꽃화분은 첫 번째 감동의 순간을 더욱 빛나게 해 주었다.
그날은 연분홍 체크에 귀여운 데이지 꽃이 수놓아진 소매가 없는 블라우스를 입혀서 보냈더랬다.
아이는 꽃과 함께 아주 사랑스러웠다.
꽃 그리고 행복한 아이의 얼굴과 더 행복했던 나의 마음이 보이는 듯한 그날의 사진이 남아 있다.
그 예쁜 사진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아이가 싫어할 것 같아 참아본다.
그때 우린 해가 들지 않는 하루종일 밤 같은 집에 살았다.
선물 받은 꽃화분을 놓을 자리때문에 전전긍긍 했다. 하루 해가 저물어 갈때 잠깐만 드는 서향의 햇빛이라도 볼 수 있는 부엌 창가에 두고, 물만 줬다.
임파첸스는 서양 봉선화라고 부른다.
분홍꽃은 화분 속에 담겨있어도 제 고향의 공기 속에서 살아서였는지
분갈이도, 가지치기도, 영양제를 주는 것도 몰랐는데 계절에 상관없이 계속 꽃을 피우며 잘 자랐다.
몇 년 후 무성해진 분홍꽃을 두 개의 화분으로 나누어 키웠다.
오랫동안 첫 아이가 전해준 첫 번째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타향살이를 마치고, 돌아올 때 분홍 꽃은 그곳에 남겨졌다.
돌아온 한국에선 그 분홍색의 꽃을 피우는 식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사실 그때까지 이름을 몰랐었다.
그러니 그 식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웠다.
동네 화원에 모양을 설명을 해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몇 해가 지나고, 우연히 들른 칡냉면집 입구 화분에 내가 찾던 분홍의 꽃이 피어있었다.
너무 반가워 냉면집 주인아주머니께 꽃의 이름을 여쭈었다.
”그 꽃 참 예쁘죠. 그거 서양봉선화예요. 꽃이름 묻는 분은 처음이네요 “
분홍 꽃을 좋아하시는 아주머니의 칡냉면집 단골이 되었다.
동네 화원에 물어보니 워낙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라 안 팔리면 곤란해서 가져다 놓지 않으신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모종 한판을 모두 사라고 했다.
냅다 모종 한판을 주문했고, 다음날 꽃을 가지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비슷한 작은 토분도 구입해 나누어 심고, 지인들에게 꽃에 대한추억을 얘기해 주며 선물했다.
지금 그 식물의 생사를 확인할 필요는 없다.
실은 우리 집에 온 임파첸스가 지금은 하나도 살아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쁘고 소중한 내 추억을 나누고 싶어서 한 것이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추억을 나누며 두 번째 임파첸스 키우기는 한철로 끝이 났다.
‘분홍꽃은 나처럼 타향살이에 실패한 것일까?‘
식물에 대하여..
< 임파첸스 >
서양 봉선화. 아프리칸 봉선화
꽃말 : “나의 사랑은 당신보다 깊다”
손톱에 물을 들이는 우리의 봉선화와 생김새가 비슷하나 키도 꽃도 잎도 훨씬 작다.
지금은 많은 개량종으로 더 예쁘고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구입하기도 쉽다.
생육 환경 : 고온, 저온, 과습, 건조에 모두 약하다. 반그늘의 실내가 적당하다. (어찌보면 어려운 식물이다)
꽃 : 홑겹과 겹꽃이 있으며 꽃의 크기와 색이 다양하다. 꽃봉오리가 아주 귀엽고 예쁘다.
잎 : 우리의 봉선화 보다 모양은 동그라고 작지만 끝이 뾰족뾰족한 것이 비슷하다.
물 주기 : 물 빠짐이 좋은 흙에 심으며 겉흙이 마르면 충분히 물을 준다.
주의점 : 꽃에 물이 닿지 않게 물을 주어야 꽃이 오래가고 예쁜 꽃을 볼 수 있다. (받침에 흘러나온 물은 반드시 버린다)
병충해 : 진딧물이 생기기 쉽다.
병충해 해법 : 주기적으로 친환경 해충방지제를 뿌려주면 좋다. 진딧물이 생기면 분무기를 이용해 샤워시키듯 물을 주는 것이 좋다.
* 임파첸스(서양 봉선화)를 잘 키우고 싶다면 *
생육 환경의 변화가 심한 노지보다 실내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도 해가 많이 들지 않으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키운다.
물빠짐이 좋은 흙에 심어 충분한 물주기 후 뿌리의 건조가 잘 되도록 한다.
물주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 실패담 *
첫 분홍꽃을 키운 곳은 해가 들지 않는 부엌의 작은 창가여서 물 주기를 잊지 않았다.
해를 잠시 볼 수 있었지만 통풍은 잘 되었었다. 늘 부족한 듯 걱정이 되었던 환경이 임파첸스에겐 최적의 상태였던 것이다.
두 번째 키운 곳은 종일 해가 쨍쨍 드는 곳이었고, 때때로 물 주기를 잊었다.
물이 부족한 분홍꽃은 초록잎이 노래지며 후드득 떨어 뜨리더니 줄기가 힘없이 늘어졌다.
결국 여러 개의 임파첸스 화분을 모두 죽인 실패의 경험을 갖게 되었다.
* 그리운 분홍꽃 임파첸스에게..*
임파첸스로도 손톱에 물을 들일수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혹시?
내가 바라는 임파첸스는 홑겹의 분홍색이다.
첫 번째 꽃과 꼭 닮은 세 번째 임파첸스 키우기를 시작하고 싶다.
곧 꽃시장으로 갈 예정이다.
“분홍꽃아, 다시 우리 집으로 오자~“
지치지 않으면 할 수 있을거야
다시 한번 잘해보자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