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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May 20. 2024

흰꽃나도 샤프란

넌 꽃이 피는구나..


엄마의 화분 세 개 중 한 개엔 두 가지 식물이 심어져 있었다

부추 같은 잎들과 아몬드 알이 달린 것 같기도 한 귀여운 잎을 가진 두 가지 식물.

둘은 사각의 화분 안에 사이좋게 함께 살고 있었다가 우리 집이란 낯선 환경으로 오게 되었다.

십이지권과 마찬가지로 이름도 모른 채 한 화분에 3년 정도를 살게 뒀다.

두 식물이 점점 초췌해질 때가 돼서야 나는 신경이 쓰였다.


드디어 알게 된 이름

두 식물은 모두 너무나 세련된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부추 같은 것은 흰꽃나도 샤프란

아몬드처럼 생긴 잎은 아몬드 페페


처음 왔을때의 모습. 두 식물의 한집 살이 (합식)


이 두 식물은 어쩌다가 한 화분에 살게 되었을까?


심어져 있는 모양으로 봐선 아몬드페페 화분에 흰꽃나도 샤프란 씨앗이 숨어 있었다가 싹이 나온 것 같다.

엄마는 다르게 생긴 풀 한 포기도 뽑아버리지 않았을 것이고, 구근이 몸집을 늘렸을 것이란 첫 번째 추측이다.

두번째 추측은 어쩌면 엄마는 일부러 예쁜 화분을 골라 합식을 했던 것일까?

잠시 꽃을 피우고 남은 기간을 지루하게 부추처럼 자라는 붓꽃에게  심심치 않도록 재밌게 생긴 식물을 함께 살게 했을지도 모른다.

오래전 엄마의 마당에서 부터 청초한 흰꽃을 보았다.어렴풋한 기억으론 예쁜 꽃의 이름을 물으니 붓꽃이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엄마는 이제 붓꽃이 아니고, 흰꽃나도 샤프란임을 아실까?


나의 궁금점은 영원히 답을 알 수가 없다.




두 식물중 흰꽃나도 샤프란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려고 한다.

죽어가는 두 식물을 분리해 주었다.

흰꽃나도 샤프란은 원래의 사각화분에 그대로 심었다.

분리 후 시간이 꽤 지나도 희망이 없어 보였으며 노랗게 시들어가더니 초록잎은 몇 개 남지 않았다.

‘뽑아 버릴까?‘

흰꽃나도 샤프란은 위기에 봉착했다.

아마도 엄마의 식물이 아니었다면 죽기도 전에 뽑아버렸을 것이다.

몇 개 안 되는 시든 부추줄기 같지만 한두 개씩 잎이 나오며 살고 있으니 구석에 두고 계속 물을 주었다.


2022년..

남편이 가꾸는 화분에 꽃이 폈다고 베카가 예쁜 꽃사진을 보내왔다.

그런데 예쁜 꽃사진 속의 꽃을 받치고 있는 주변의 잎은?

“어! 나도 그 풀 키우는데.. 꽃 피는 거였어? “

“응. 매년 피던데..”

은근히 샘이 났다.


‘우리 집 풀은 뭐 하는 거야?’ 하고 들여다봤다.

“어머! 이건 뭐야?” 혼자 있는데 소리가 나왔다.

부추 사이에서 새로 솟아나고 있는 잎은 초록이 아니고, 갈색빛이 도는 뾰족한 무언가....

꽃봉오리였다.

기다림과 질척거림의 끝판왕은 식물 키우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세상에나.. 널 버렸으면 어쩔 뻔했니... “

삐죽한 갈색의 꽃대를 길게 올리더니
더운 날에 활짝 핀 첫 꽃


그 해에 총 여섯 송이의 꽃이 피었다.

첫 번째 꽃이 한껏 뽐내며 피고 진후 네 송이가 거의 동시에 피었고,

마지막 한송이가 난초처럼 길게 늘어지며 핀 후 다시 원래의 부추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말끔하고 새하얀 여섯 장의 꽃잎 사이에 샛노오란 꽃술이 얼마나 예쁘고 청초한지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조금의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갑자기 네 송이의 꽃이 한들한들 흔들렸다.

나는 엄마가 건네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 네 송이는 너희 가족이야. 잘 지내고 있니?”


배경이 어수선하지만 꽃만 봐주시길..




* 식물에 대하여 *


< 흰꽃나도 샤프란 >

샤프란은 사프란이 원래의 발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샤프란이라고 더 많이 사용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의 원료인 샤프란의 꽃을 닮았으나

흰꽃이 피어 흰꽃나도 샤프란 이란 이름이 붙었으며 분홍색꽃이 피는 것은 나도 샤프란 이란 이름을 갖었다.

샤프란은 짙은 보라색에 빨간 암술 세 개가 나는데 그것을 말려 향신료가 된다고 하니 1그램을 얻으려면 엄청난 꽃의 양이 필요하다고 한다.

별로 상관없는 식재료이므로 신기한 상식으로만 알고 있다.


흰꽃나도 샤프란과 나도 샤프란은 식용이 아니고, 관상용이다.

또한 샤프란은 붓꽃의 종류인데 흰꽃과 분홍꽃은 수선화의 종류라고 한다.

생긴 것이 아주 비슷한데 과명이 다른 것이 참 신기하다.



< 흰꽃나도 샤프란 키우기 >

경험상 몇 년간 방치하며 물만 주었는데 죽지 않은 걸 보면 별 걱정 없이 잘 자라는 다년생 식물이다.


생육 환경 : 시원한 것을 좋아한다. 기온이 영하로 아주 많이 떨어지는 곳이 아니면 노지 월동도 가능하다.

구근 : 쪽파와 같은 둥근 뿌리 모양의 구근식물이다. 캐내지 않고 키운다.

줄기 : 통통한 부추 같은 모양으로 꽤 단단하다. (요구르트 빨대 정도의 굵기로 자랄 때도 있다)

꽃 : 여름

물 주기 : 잎이 쳐지거나 흙이 마른 후 흠뻑 준다. (과습은 좋지 않다)

꽃말 : 청춘의 환희


* 흰꽃나도 샤프란 에게 건네는 말

우리 집에 온 후 딱 한 번의 꽃을 피웠고, 작년엔 꽃을 피우지 않았다.

가을 무렵 흙을 털어내고 보니 꽤 많은 구근들이 달려있어 큰 것은 조심스레 분리하여 영양 좋은 흙으로 작은 화분 세 개로 분갈이해 주었다.

“올해는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래도 될까?”

싫어하는 계절인 여름이 기다려지는 한 가지 이유는 흰꽃나도 샤프란의 꽃을 보고 싶은 것..


멋드러진 여섯번째 꽃을 피우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세 개의 작은 화분이 된 현재
올핸 꽃을 보여줄까?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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