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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ul 21. 2024

대엽 풍란

엄마의 화분


엄마의 화분 중 마지막 소개는 가장 늦게 이름을 알게 된 대엽 풍란이다.

이름을 알게 된 건 우리 집 살이 7년 차인 올봄이었다. 우리 집 살이 7년 차라는 것은 엄마가 돌아가신 지 7년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봄에 미장원에 갔다가 나처럼 오랜 단골손님이 오셨는데 작고 예쁜 난을 행잉 화분에 심어 선물로 가져오셨다.

잘 아시는 분인가 보다 하고 이때다 싶어 사진을 보여드리니 대엽 풍란이라고 하셨다.

“통풍이 잘되고, 직광을 피한 반 양지정도면 잘 크고 꽃이 펴요”


‘아, 너의 이름은 대엽 풍란..이었구나.’


우리 집으로 온 후 잎이 하나 나오면 하나가 떨어지며 딱 다섯 장을 유지했고, 꽃이 핀 적은 없다.

처음에 왔을 때 촉촉한 초록 수태에 감싸져 화분 안에 들어 있었다.

그저 흔한 선물용 호접란의 작은 종류인가 했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6년이나 그대로 두고 물만 주니 나중엔 수태가 마르고 시커멓게 됐다.

어떤 꽃이 피는지는 중요하지도 않았고, 살아있는 것이 참 용했다.


꾸준히 뿌리를 내리고, 잎이 새로 나오며 다섯 장을 유지하더니 잎도 뿌리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제 죽는 건가? 아무래도 분갈이를 해봐야겠다 ‘

1차는 하이드로볼을 가득 채워 심어줬는데 몇 달 동안 전혀 자라지 않았다.

2차 분갈이는 하이드로볼과 우드칩을 섞어 심어줬다. 자라지 않을뿐더러 우드칩에 곰팡이까지 보였다.

‘잎이 세장이 되었다. 큰일이다!‘

올봄에 미장원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3차 분갈이를 했다.

수태가 없으니 배수가 좋은 제라늄 흙을 3분의 1쯤 채우고, 그 위는 공기가 통하도록 하이드로 볼과 우드칩을 넣어 심어 줬다.


“대엽 풍란, 죽지 마. 제발”

그럭저럭 환경이 괜찮았는지 뿌리를 세 가닥쯤 내보내더니 잎이 다섯 장이 되었다.

“풍란아, 너 아주 잘했어”

어쩌면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언제 보아도 비슷한 모습
독사진도 별로 없는데 대부분 십이지권과 가까이 있다.


엄마의 집에서 대엽풍란의 꽃을 보았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0년도 안되었는데 이젠 엄마의 기억도 점점 희미해진다.


엄마와 영영 이별을 하기 직전의 사진이 없다.

이 무심한 딸은 몇 년 동안 아픈 엄마를 프레임에 담을 생각을 한 번도 못했다.

내가 가진 사진 속의 엄마는 대부분 60세부터 70세쯤의 사진이 마지막 사진들이며 그것도 단둘이 함께 찍은 사진은 거의 없다.

옛 사진이 저장된 USB를 한참 뒤적여 사진을 찾았다.


시카고의 빌딩숲을 걷다가 만난 티파니 보석상 앞에서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 젊은 엄마와 젊은 내가 서있었다.

가게 안의 상품엔 관심이 없어 들어가지 않았고, 계속 걸으며 우린 영화 이야기를 했었다.

’ 그래. 엄마가 오드리 헵번을 좋아했었지..‘

그날은 엄마가 우리 집에 한 달을 머물다 돌아가는 날이었다.

경유해야 하는 오헤어 공항은 엄청나게 커서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해야 한국행 비행기를 갈아탈 수 있었다.

혹시 엄마가 길을 잃을까 걱정이 되어 비행기를 대신해 여섯 시간을 차로 달려가 1박 2일을 머물렀다.

엄마와의 시간이 연장되었다.

걱정을 앞선 진짜 속마음은 조금 더 엄마와 함께 있고 싶은 것이었다.

“너네들 집까지 힘들고 멀어서 어떻게 가니? 한밤중이 될 텐데.. “

“우리 걱정 말고 조심히 가. 게이트가 끝쪽이야. 알지? 넘버 잘 확인하고! “

웃는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엄마가 안 보일 때까지 눈으로 따라가다 돌아섰다.

집으로 여섯 시간을 돌아가는 차 안에서 눈물이 한참 동안 많이 났었다.

‘그날 엄마의 여섯 시간은 어땠을까?’

물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알 수 있는 마음이다.


엄마가 키우던 대엽풍란을 들여다보다가 엄마와의 추억 한 자락이 선명히 떠오른다.

마지막 단둘의 사진이 남은 그날

“그때 비행기티켓을 취소한 건 참 잘했어. 날씨도 참 좋고, 우리 정말 재밌었지. 그렇지? 엄마..”


독사진이 별로 없는 대엽풍란. 왼쪽 사진 속에 엄마와 함께였던 시카고의 그날이 있다.


식물에 대하여


< 대엽 풍란 >

풍란은 대엽풍란과 소엽풍란이 있다.

자생지는 한국의 남부지역으로 나무나 바위에 붙어사는 착생란이다.


생육환경 : 직사광선을 피한 반양지나 반음지가 좋다. 바람을 좋아한다.

흙 : 수태 (이끼), 나무, 돌, 숯 등에 붙어 자란다.

물 주기 : 뿌리를 감싼 수태가 촉촉하게 분무기로 물을 주고 잘 말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물 주기를 잊어도 잘 자란다고 한다.

 * 새 순이 나오는 부분에 물기가 고여있지 않도록 바로 닦아주어야 한다 *

꽃 : 잎과 잎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꽃말 : 인내


물을 주고, 순이 나오는 부분의 물기를 꼭 닦아주어야한다.
여섯장이 되면 한장을 떨군다.
7년전. 첫 해. 엄마의 종지를 물받침으로 사용했다.
현재. 한결같은 모습의 대엽풍란


대엽 풍란
꽃말처럼 인내하며 기다릴게
언젠가
향기로운 꽃을 피워주렴

너를 믿어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






완료된 연재북 <비누를 쓰다>

언젠가 추억이 될 비누와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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