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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ul 07. 2024

일일초

거치대와 맞바꾼 식물


일일초를 들인 사연은 흰꽃기린과 같다.

3만 원짜리 거치대와 맞바꾸려니 마음에 드는 식물을 찾기 어려웠다.


너무 큰 식물도 안된다.

너무 많이 클 예정인 식물도 안된다.


그래서 선택된 일일초.

꽃이 마치 그린 듯 인조꽃인 듯 선명했다.

분홍색 두 포트와 흰색 두 포트를 각각 하나씩의 화분에 심어서 집으로 가져왔다.

일일초는 이름답게 매일매일 피고 지고 했다.

신기하게 아침이면 예쁜 꽃 한 송이를 펼치고 하루에 하나씩 꽃을 떨어뜨렸다.

‘아직도 이렇게 예쁜데 어째서 벌써 꽃을 떨구는 거니?‘

꽃이 너무 아까워 예쁜 낙화(落花)를 매일 모아두고 좀 더 길게 보았다.


하루에 하나씩 피어나고,

하루에 하나씩 진다.

그 해 여름이 일일초 덕분에 싱그럽고 아름다웠던 만큼 떨어진 꽃은 마음에 잔상으로 남는다.

낙화유수 (落花流水)

화려하던 꽃이 떨어져 덧없고 쓸쓸한 감정으로 이어진다.


처음 온 날
이렇게 예쁘게 매일 새꽃이 피어나고, 매일 떨군다
일일초의 떨어진 꽃이 아까워 더 두고 본다

그 작던 일일초가 무성하게 자꾸만 자랐다.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었다. 하지만  

‘음.. 우리 집에서 너무 커지는 건 반칙인데...’


두 달 정도가 지나고, 무성하게 자란 일일초의 가지를 과감하게 썽둥썽둥 잘랐다.

무럭무럭 잘 자란다고 방심을 했나 보다.

가위가 제대로 소독되지 않았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잎은 후드득 떨어지고, 가지가 노랗게 시들어갔다.

결국 그 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분홍 일일초는 전멸하고, 앙상한 흰 일일초가 살아남았다.


분홍 일일초 씨앗을 받아둔 것을 올봄에 파종해 보았으나 발아에 실패했다.

식물을 키우며 실패쯤이야 친구처럼 함께 가는 감정이란 것을 충분히 학습했으니 크게 상심하거나 실망할 것도 없다.

그나마 살아남은 흰 일일초도 죽지 않고 있지만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일일초는 초여름에 들어서면 왕성한 성장세를 보인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더워진 요즘 잎이 초록초록하고, 숱이 많아지며 간간히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일일초야, 지더라도 아름답게 피어줘라

“일일초야, 살아나줘서 고마워~”


2024년 7월.  흰 일일초의 현재 상태


식물에 대하여


< 일일초 >

매일 한송이의 꽃이 핀다고 하여 일일초라고 한다.


꽃 : 7~8월에 핀다.

원산지 : 마다가스카르

생육환경 : 반양지와 통풍이 잘 되는 곳

물 주기 : 겉흙이 마르거나 잎이 쳐지만 물을 흠뻑 준후 충분히 건조시킨다.

흙 : 배수가 잘 되는 흙을 사용한다.


< 나의 실패담 >

경험상 일일초는 여름에 꽃을 피우고, 폭풍성장을 하는 여름꽃이다.

분홍 일일초가 죽은 것은

왕성한 성장세가 끝나고, 꽃을 피우느라 에너지 고갈 상태인 휴식기에 들어가는 가을에 가지치기를 했으며

잎도 얼마 안 남은 분홍 일일초에게 물을 과하게 주어 과습이 된 것도 원인이라 생각한다.


식물에게 맞지 않는 너무 큰 화분은 흙 위의 줄기와 잎, 꽃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내 식물은 과습으로 죽는 경우가 많으니 건조와 통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드시 많은 흙, 큰 화분이 식물에게 좋을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올해 봄에 앙상하던 흰색 일일초를 작은 화분에 배수가 잘되는 흙으로 분갈이해 주었다.

그리고 새 순이 돋아나던 한 달 전쯤 적당한 수형을 헤치지 않을 만큼의 가지를 치고, 순집기를 해주었다.

지금은 처음 왔을 때의 모습처럼 푸릇푸릇한 잎들과 꽃순을 올리고 있다.

일일초의 분갈이와 가지치기는 왕성한 성장세를 앞두고 있는 봄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




식물 키우기에도 정답은 없다.

내 앞의 이 식물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원치 않는지에 대한 매일매일의 관심만이 정답이다.

어쩌면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이 아닐까?

오늘도 식물에게 한수 배운다.




https://brunch.co.kr/@fca6aff9f1cc484/34


연재일이 월요일에서 일요일로 바뀌었습니다. 푸릇푸릇한 월요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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