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말랭이
대문을 열어보니
내 이름을 향한 사랑이 도착했다.
박스를 열어보니
더 큰 사랑이 들어있다.
냄비 뚜껑을 열어보니
모락모락 사랑이 샘솟는다.
건조기 뚜껑을 열어보니
쫀득하고 달콤한 진한 사랑이 나타난다.
사랑을 오래오래 간직할 수 있겠다.
나에게 고구마가 도착했다.
모양이 큼직하고, 고른 것을 보니 좋은 걸로만 담으신 것 같다. 무거운 박스를 어찌 움직이셨을까?
마음이 찌릿하다.
네 식구가 아니 서너 집이 먹기에도 엄청난 양이다.
마땅히 나누어 먹을 사람도 없어 걱정을 하는데 마침 내 아이의 힘든 시간을 함께 지내준 예쁜 동네친구가 왔다.
잘 생긴 고구마로 골라 손에 들려 보내니 마음이 흐뭇하다.
아직도 많다.
부모님의 사랑을 한 톨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내가 아는 레시피를 모두 머릿속으로 되새겨봐도 고구마를 소진하기엔 택도 없다.
어쩐다. 어떻게 해야 가장 오래 보관할 수 있을까?
한때 붐이 일었던 식품건조기를 사서 벼라 별것을 다 말리다가 지루해져서 넣어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대체 얼마나 오래 넣어 두었던 건지 창고를 뒤지다가 ’혹시 버렸나?‘ 생각이 들 때쯤 건조기 박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곰솥을 꺼내 고구마를 두 번에 걸쳐 찌고, 적당히 식힌 후 길쭉길쭉 썰었다.
건조기에 윙윙 돌려주니 고구마 말랭이가 탄생했다.
마음이 안심이 된다.
아직도 많다. 하하!
사랑의 고구마가 나오는 화초장 인가?
오늘도 찌고 말리고
내일도 또 찌고 말리면
모레도 또 찌고 말리다 보면
사랑을 오래 보관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다.
“엄마, 아부지~”
하고 불러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유일한 분들이시다.
나의 친구 베카는 부모님의 달콤한 사랑도 내게 나눠준다.
이쁜 녀석. 고마운 녀석. 복 받을 녀석.
나의 글 속에 꽤나 자주 등장하는 베카는 그만큼 내 인생에 중요한 녀석이다.
“사랑꾼 엄마 아부지,
부모님의 사랑을 오래오래 느끼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고구마 말랭이 만드는 법
1. 고구마를 너무 무르지 않게 찐다.
젓가락 찔러서 중간쯤에서 걸려 힘을 주어야 들어가는 정도로 익힌다. 너무 무르면 안 된다.
2. 고구마를 식힌 후 사방 1Cm 이내의 굵기로 길쭉하게 썬다.
3. 건조기에 60도 이하 정도로 건조한다. 4시간 정도로 완성된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겉이 딱딱해진다. 중간에 한 번씩 고구마의 위치를 바꿔주면 좋다.
(참고로 기기는 리큅건조기를 사용했다.)
이 부분은 허락 없는 내용이라 뭐라 그럼 지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