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중독자. 자유로워지자.
휴대폰의 업데이트 알림이 뜨면 그 알림 안 본 눈을 사고 싶어 진다.
오래된 전화기의 메모리 부족은 나를 괴롭히고, 업데이트는 언제나 파란만장의 과정을 거친다.
가장 많은 메모리를 차지하는 건 사진이다.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비누와 식물들의 소중한 사진.
손바닥만 한 핸드폰에 장치를 주렁주렁 달고, 미심쩍은 더 작은 USB 속으로 사진들을 옮긴다.
마음이 불안하다.
‘저 작은 것이 정말 이 많은 소중한 것들을 보관할 수 있다고?’
장치를 뺐다 꼈다 확인하며 이동시켜 업데이트에 필요하다는 공간을 마련해준다.
얼마 전 미루고 미루던 핸드폰 업데이트를 하며 이번엔 버전까지 업그레이드했다.
내겐 슬기로운 브런치 생활을 도와줄 컴퓨터가 없다.
큰 숙제를 끝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에 연재글을 올리고 나서 오전 집안일들을 마치고 핸드폰을 열어본다.
”어? “
잠김 화면에 말갛고 깨끗한 청양의 흰꽃이 피어있다.
다른 소식은 둘째 치고, 브런치 라이킷의 알림이 없다.
“내가 혹시 발행을 안 했나? 저번처럼 휴지통을 눌러 글을 날렸나? “
마음이 두려움으로 두근두근한다.
브런치를 열어보니 두세 시간 사이 글벗님들이 눌러준 소중한 라이킷 30 여개.
“뭐지?”
업데이트 후 설정이 바뀌었나 싶어 여러 보니 알림 버튼이 켜져 있다. 주물주물 핸드폰을 주물러 설정 옵션을 바꿔본다. 이렇게 저렇게.
며칠이 지나도 브런치는 여전히 알림이 없고, 연재일 전날의 글을 쓰라고 알림을 주지도 않는다.
브런치의 라이킷 알림이 오는 것이 강박 같기도 했다.
왜 내 글을 좋아하지 않을까?
끝자리가 9로 달려있으면 조바심이 나고 언제 10을 돌파하지?
마음을 비우자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라이킷과 댓글의 알림을 의식함을 어쩔 수가 없다.
알림이 오지 않은지 일주일이 넘었다.
반가운 알림을 빨리 알아채지 못하는 건 여전히 아쉽다.
그런데 나는 비로소 한 편의 마음이 편해짐을 느낀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에 힘이 많이 들어가 있음을 고민하고 있었다.
힘이 들어가면 글이 점점 마음에 안 든다.
라이킷과 댓글 알림의 중독에 걸린 나는 실시간 알림이 오지 않는 건 차라리 다행인 건가 싶다.
울며 겨자 먹기로 중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왠지 글 쓰는 마음이 조금 편해진 것 같다.
자칫하면 연재일에 글을 못 올리는 실수가 생길 수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다.
그런데 왜 알림이 오지 않을까?
브런치 앱을 지웠다가 다시 깔아볼까?
그러다 브런치 작가란 자격까지 다 날아가버리면 어쩌지?
‘브런치, 그저 그런 글을 쓰고 또 쓰고, 자꾸만 쓴다고 드디어 넌 나를 버린 거냐?’
이젠 글 탓을 한다.
“그런다고 나는 못 버린다. 브런치 너를.”
* 혹시 대댓글이 늦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