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대주 프리지아 구근 키우기
프리지아는
봄이 되면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사게 되는 향기로워 더 매력적인 노란 꽃이다.
프리지아 화분은 4년 전 3000원을 주고 산 첫 화분 중 하나였다.
절화의 꽃이 시들어 버리게 되는 것이 아쉬워 혹시 뿌리까지 있으면 프리지아 꽃이 계속 피고 지며 오래도록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우리 집에 온 프리지아는 싱그러운 초록잎이 아담하면서도 숱이 무성하고 진한 노란색으로 아주 향기로웠다.
“잘했어. 예뻐” 흐뭇했다.
그러나 달려있던 꽃이 지고 난 후 더 이상 꽃대가 나오지 않았고, 초록의 잎은 누렇게 말라갔다.
‘죽은 건가?’
정보의 바다에선 프리지아는 구근 하나에서 꽃대 하나가 나와 꽃을 피우고 나면 시드는 일 년생으로 구근을 캐서 통풍이 잘 되도록 두었다가 11월 즈음에 심어 월동을 하면 봄에 꽃을 피운다고 한다.
‘아, 귀찮다.’
구근을 캐고, 썩지 않도록 초겨울까지 보관을 하라니..
그렇다고 봄이 되면 다시 살아난다는 생명의 씨앗을 버리기도 미안했다.
한쪽 구석에 그냥 두고 잊어버렸다.
11월이 되었다.
‘메마른 흙에 물이나 한번 줘볼까?’
물을 흠뻑 주고 또 잊은 채 보름이 지났다.
“아니 저게 뭐야?”
귀여운 초록의 싹이 돋아나더니 계속 키가 컸다. 너무 키가 커져서 시원하게 썽둥 잘라줬다.
아무리 기다려도 꽃이 피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꽃대까지 자른 모양이었다.
한 개의 꽃도 피지 못하고,
프리지아는 잠이 들었다.
다시 11월..
작년에 너무 일찍 물 주기를 시작해서 그렇게 키가 커졌나?
‘올해는 늦게 줘봐야지..’
1월에 물 주기를 시작했다.
역시나 보름 만에 싹이 텄다.
너무 늦게 물 주기를 시작했는지 가느다란 잎 사이에서 하나의 꽃대가 올라왔다.
겨우겨우 올린 꽃대를 애지중지하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뚝 부러져 있었다.
범인은 내가 안다. 그러나 무슨 소용이 있을까?
프리지아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2023년 11월
그동안 머물었던 화분의 흙을 모두 거둬내고, 처음으로 구근을 대면했다.
마늘 한 알보다도 작았다.
그 작은 구근이 어떻게 그렇게 긴 잎을 키워내고 두툼한 꽃대를 올렸는지 놀라웠다.
새 흙으로 채우고 적당한 간격으로 심어준 뒤 물을 흠뻑 주고, 따뜻한 창가에 두니 일주일 만에 싹이 텄다.
올해는 더 무성해지며 키가 무럭무럭 자랐다. 처음엔 난초처럼 예쁘다 했으나 점점 논에 자라는 벼와 같았다.
끈으로 묶어주다가 토마토 지지대 안에 가두었다. 그것도 부족할 정도로 키가 자라 의자 다리에 벨크로 끈으로 묶어 쓰러지지 않도록 했다.
지난가을에 보았던 작은 구근의 능력에 놀라며 안쓰러운 마음도 들어 아주 귀하게 느껴졌다.
올해의 프리지아는 구근마다 꽃대를 올려 화려하게 많은 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구근을 캐야 하는지는 아직도 고민이다.
경험상으로 흙에 그대로 두고 절대 물을 주지 않으니 구근은 잘 잤고, 다음 해에 꽃을 피웠다.
꽃 개화의 차이는 아직 경험하지 못하여 비교가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올해 한 번 더 흙에 그대로 두고, 키우는 조건을 다르게 하여 내년의 꽃을 기다려 본 후 결과가 좋지 않다면
내년엔 구근을 캐서 보관할 예정이다.
노란 꽃이 피어 향기를 낼 때까지 가족들은 “저건 왜 키우는 거야?”라고 묻는다.
“예쁘잖아” 대답은 한결같다.
꽃으로 다가와 긴 잠을 자고, 다시 꽃으로 다가오는 프리지아는 내 화단의 희망의 기대주이다.
내년엔 또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싱그러운 잎과 향기로운 꽃을 보여줄지 흥미진진하다.
* 식물에 대하여 *
<프리지아 구근 키우기>
구근 심는 방법
시기 : 11월 중순
1. 화분에 배수가 잘되는 흙을 담고, 물을 주어 촉촉한 상태로 만든다.
2. 뾰족한 부분을 위로 향하도록 하고, 흙에 깊지 않게 구근을 심어준다. (구근 위로 1~2Cm 내의 흙을 덮는다)
프리지아 키우기
첫 물 주는 시기 : 11월 중순
첫 물 주기 후 관리 : 10도 정도의 그늘에서 싹이 틀 때까지 둔다.
싹이 트면 :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옮긴다.
물 주기 : 겉 흙이 마르면 충분히 물을 준다.
개화시기 : 3~4월
씨앗 채집 : 꽃이 핀 동안 수분이 되었다면 꽃이 떨어진 후 씨방이 생긴다. 한 달 정도 물을 계속주며 씨방도 여물게 하고, 구근도 키운다.
꽃이 지고, 씨방이 여물어 채집하고 나면 단수하여 남은 잎이 완전히 마르면 바싹 잘라준다.(이후 절대 물을 주지 않는다)
흙이 바스락 소리가 날 때까지 두었다가 구근을 캐낸다.
구근 보관 : 양파망 같은 것에 넣어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둔다. 구근이 흙속에 있으면 썩을 위험이 있으므로 캐내어 건조하게 보관한다.
또는 더 이상 물을 주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방치한다. (경험담)
구근 키우기의 대표적인 식물은 튤립, 히야신스, 수선화를 주로 키운다.
키워보니 왠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프리지아는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맺는 결실이 아주 소박하다.
그래도 나는 4년째 프리지아 구근을 키운다.
프리지아에게 건네는 말
“우리 여름과 가을, 겨울을 잘 지내보자. 내년에도 잘 부탁해~“
* 향후 두 차례 글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니 결과가 궁금하신 분은 내년과 후년에도 이 글에 찾아와 주세요.
프리지아와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