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할 거였으면서..
지난번에 묵은지 만두 만들기로 신김치를 모두 써버렸고, 만두를 해서 잘 먹었으니 설에는 안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왠지 설인데 떡만둣국을 안 먹고 지나가는 게 허전한 생각이 들었다.
어제저녁 남편과 슬슬 저녁 마실 겸 나갔다가 마트에 들러 간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조금 샀다.
부추도 작은 묶음을 하나 사고, 인스턴트 양송이 수프 두 봉지와 세일하는 식빵, 내가 좋아하는 abc 초콜릿도 하나 샀다.
“시간도 늦었는데 무슨 만두를 하려고 그래? “
“아냐! 마파두부 해 먹을 거야! “
참 이상하다. 만두가 무슨 깜짝쇼도 아니고 내가 하는 일거리를 변명은 왜 하는 거지?
설날 아침을 남편이 끓인 양송이수프와 토스트를 바삭하게 구워 뜨뜻하게 먹고 커피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아직은 함께 집에 살고 있는 작은아이의 세배도 받았다.
“열심히 잘하고 있으니 좋은 일이 있을 거야. 걱정 안 한다 “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떡만둣국을 점심으로 먹으려면 마음이 조급했다.
나는 슬금슬금 그러나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넣고, 마침 며칠 전 사둔 숙주가 있어 살짝 데쳐 꼭 짜서 넣고,
두부는 물기를 너무 꼭 짜면 뻑뻑해서 살짝 손으로 눌러 나오는 정도의 물기만 빼서 넣었다.
달걀 한알과 간 마늘도 한술, 파는 듬뿍 넣고, 소금간을 하고, 후추도 톡톡 털어 넣었다.
잘 버무려지면 참기름 듬뿍과 한 대접의 썬 부추를 넣어 대충 버무려주면 부추만두소가 완성된다.
부추는 마지막에 넣어 대충 버무려야 군내가 안 나고 향긋하다.
초록색의 부추가 만두피에 살짝 비치면 참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그 사이 양지머리와 사태를 넣고 마늘 몇 알과 대파 한줄기, 굵은소금을 조금 넣어 고기육수를 내었다.
육수의 고기를 건져 결대로 찢어 다진파와 마늘을 조금 넣고 국간장,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 고명을 만들고,
달걀지단은 황백색으로 나누면 예쁘지만 가족끼리만 먹을 거니 참기름 한 방울과 소금을 조금 넣어 한꺼번에 휙 풀어서 지단을 부쳤다.
“만두 안한다면서”
“얼마 안돼~”
궁시렁 거리는 남편의 손을 빌어 30분 만에 만두가 다 빚어졌다.
육수에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먼저 만두를 넣어 팔팔 끓기 시작하면 물에 담가뒀던 떡을 넣고 함께 끓인다.
만두가 동동 뜨면 떡만둣국이 완성이 된다. 양념된 고기와 지단 고명을 올려 상에 낸다.
맑은 국물의 떡만둣국을 끓일 땐 국물에 파를 넣지 않는다.
육수를 낼 때도 통파를 넣었고, 고기고명에도 파가 들어가 있어 맛은 빈틈없이 풍부하다.
우리 집은 어릴 적 체한 탓에 김을 싫어하는 어른이가 있어 김고명은 생략한다.
결국엔 안 한다고 다짐했어도 올해 설날도 떡만둣국을 만들어 먹었다.
대체 만두 안 만든다고 발끈을 왜 한 건지 나란 사람은 참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