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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Feb 23. 2024

너의 밥그릇

너와 나의 완벽한 의사소통


비누의 밥그릇이 깨끗이 비워지면 제일 기쁘다.


14년째 함께 살고 있어도 비누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짐작되는 일을 해주고 그 일을 좋아하는 것 같으면 “그랬구나~”

나만의 해석을 하면 그것이 비누의 생각이라고 믿는다.

비누는 눈빛과 몸으로 때론 짖어서 표현한다. 세상 귀여운 척, 불쌍한 척, 순진한 척, 때론 사자인척..

결국 모두 나의 느낌일 뿐 정확한 것인지 모른다.


말을 한다고 완벽한 소통이 될까?

어쩌면 말 때문에 소통이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곧 만난 지 40년이 되어가는 남편의 속도 모르겠고,

30년 가까이 키운 아이들도 하루에 한 번 완벽히 이해하는 소통은 어려운 일이다.


비누가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 무언의 대화가 시작된다.

‘뭘 바라는 눈빛일까?’


가장 명확한 대답은 깨끗이 비워진 밥그릇이다.


입이 짧아서 사료 적응기가 무척 오래 걸렸고, 지금도 사료를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어릴 때는 꽤 잘 먹었었다.

우리의 말티즈 아기 강아지가 두 살 즈음의 최고 몸무게는 5.6 킬로그램이었다.

“말티즈가 5킬로가 넘는다고요?”

하지만 우리 비누는 키도 컸으므로 비만이었던 적은 없었다.

우리 비누는 엄마, 아빠가 모두 말티즈 치곤 컸다고 처음부터 들었다.

단지 미용을 할 때 5Kg을 기준으로 미용비용이 달라지는데 말티즈라고 예약하면 나중에 좀 곤란해지기도 했다.


“미니 사이즈라고 해서 데려왔는데 애가 계속 크더라고요” 이런 말을 꽤 많이 듣는다.

어린 강아지들을 미니 사이즈로 판매하기 위해 성장기에 최소한의 양으로 급식 제한을 한다. 그러면 강아지는 못 먹어 못 자란 건강치 못한 미니 강아지가 된다. 이 또한 동물학대이고, 비인간적이다.

만일 미니 강아지가 당신의 집에 와서 무럭무럭 잘 컸다면 정말 행복한 강아지란 증거다.


세상에 미니 강아지는 없다. 어떤 강아지도 잘 먹으면 건강하게 쑥쑥 큰다

 



비누의 어린 시절에 무지한 우리는 강아지 키우는 일에 대하여 정보의 바다에서 늘 허우적거렸다.

인터넷 검색으로 자율급식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었고, 혼자 지낼 시간도 있을 수 있으니 해보기로 했다.

“강아지가 본능적으로 알아서 먹을 만큼만 먹고 남긴다” 고 했다.


사료를 밥그릇에 수북이 담아두고, 길지 않은 일정 시간을 혼자 두었다.

“What the!!!!!!"

3일 치 양이 족히 되는 밥그릇이 텅 비어있었고, 비누는 밥그릇 옆에 눈을 깜빡이며 누워 있었다.

병원이 문 닫은 시간이라 응급실을 가야 하나 어쩌나 안절부절못하는데 다행히도 비누가 일어나 물도 먹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소화를 잘 시켰는지 어마어마한 양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도 이상이 없다고 했고, 이후 한 이틀간 밥을 먹지 않았지만 정상으로 돌아왔다.

스스로 먹을 만큼 먹고 그만둔다는 건 몇몇 강아지에게 해당되는 일이었을 뿐 모든 강아지에게 해당되는 일은 아니었다.

하마터면 정보의 바다만 믿던 무식한 우린 개 잡을뻔했다.


정보의 바다에선 금기 음식으로 초콜릿, 포도, 마늘, 양파, 견과류, 짜고 달고 등등 무수히 많은 것이 써져 있다.

결국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면 안 되고, 전용 사료를 먹여야 한다.

금기의 근거는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실내에서 살며 배변을 할 때 냄새가 많이 나지 않도록 사료를 먹여야 한다는 뜻도 들어있다.

나는 이 이유가 마음에 걸린다.

옛날엔 강아지들의 밥은 그날 가족들이 먹은 메뉴와 같았다.

된장찌개를 먹었으면 강아지도 된장찌개에 비빈 밥을 먹었고, 고기를 먹었으면 강아지도 배불리 고기를 먹었다.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고 맘껏 배변을 했고, 예방 접종 외엔 특별한 사고가 있지 않는 한 병원에 가지 않았다.

사람과 함께 살지만 서로의 사생활이 존중된 것이고, 어쩌면 강아지들의 삶이 더 행복했을 것 같다.

당시 강아지들은 6~10년 정도를 살았고, 가끔 열 살이상 살았다는 강아지를 보고 놀라기도 했다.

많은 것을 금지하고, 병원을 다니며 지금의 강아지들 평균 수명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후각이 뛰어난 강아지들이 부엌 일체형 집안에 살며 항상 맛있는 냄새를 맡고 먹지 못한다.

맛있는 냄새를 맡고 참아야 하고, 좁다란 배변판을 써야 하며 냄새 안나는 똥을 위해 버석버석한 사료를 먹는다.

강아지가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을까?

위험 요소를 배제하여 수명이 길어진 만큼 강아지 삶의 질이 좋아진 걸까?

가끔은 누굴 위해 좋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한 공간에 있는 강아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강아지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은 너무나 귀여워서 자꾸만 밥상에서 무엇을 주게 된다. 안 되는 걸 알면서..

다른 것은 다 잊어도 초콜릿, 포도, 강한 양념된 음식은 절대 주지 않는다.


나는 장을 볼 때 우리가 함께 먹을 수 있는 알배기 배추와 순살 닭고기, 고구마를 산다.

비누가 좋아하는 것들인데 다행히 가족들도 좋아한다.

순살닭고기로 마늘 1알과 약간의 소금을 넣어 육수를 만들어 요리에 쓰고,

고기를 건져 식힌 후 밀봉하고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서 밥 위에 얹어준다.

고구마도 쪄서 식히고 냉동실에 넣으면 우리의 식사가 되기도 하고, 비누의 맛다시가 되기도 한다.

제일 좋아하는 알배추도 겉절이를 만들고, 서너 장쯤 남겨두면 비누의 최애 간식이 된다.


하루 두 번을 먹이려고 노력하지만 열 살 무렵부터는 먹는 양이 많이 줄었다.

노견이 되면 먹고 싶어 하는 걸 웬만하면 다 줘도 된다고 했다.

비누가 나이가 들어서는 점점 더 좋아하는 맛다시를 넣어줘야 마지못한 척 커피 계량스푼으로 두 숟갈의  밥그릇을 비운다.

깨끗이 비워진 비누의 밥그릇을 볼 때 기분이 참 좋다.

밥그릇이 비워지면 박수를 치고 칭찬해 준다.

“우리 비누, 아이 잘했어~~”

매일 나와 완벽한 소통을 해주는 비누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의 진리 중의 진리

자식 입에 음식이 들어가는 걸 보는 건 행복한 일이다

밥 잘 먹는 비누, 제일 예쁜 너의 뒷통수^^


반려견 키우기를 고민한다면

강아지를 데려오기 전에 올바른 교육적인 책이나 유튜브를 충분히 보는등의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반려생활에 대한 지식을 공부하고 습득하는것은 필수이며 가족을 만나는 준비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강아지가 함께여서 더욱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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