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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HOMEPLUS 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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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지 Sep 19. 2024

보드


  보드




  나와 형은 

  느지막한 오후 당구장에서

  스리쿠션을 연습하고 있었다


  굴러가는 공들


  충돌하는 소리 외에 적막 


  “이제는 물을 보고 

  가장 먼저 죽음을 떠올리게 되고


  흰 천을 보면 깨지기 직전의 유리가 연상돼”


  어떤 것을 견뎌 내는 사람의 얼굴로 

  형이 읊조렸고


  우리의 머리 위로 

  빛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모조된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없거나 없어진 무엇으로써 염원 된다는데


  또 누군가는 이것으로 

  가해하고 

  가해받고 


  이것을 쥐고 있을 때 나는 더없이 간지러워

  소양감이 든다”


  중얼거리며

  나는 창가에 기대어 서 있었고  

  형은 쪼그려 앉아 당구대 구르는 공의 궤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우리를 종이에 옮겨 그리면 그 구도 뒤틀려 있을 것이다 인간의 솜씨일 것이다 


  우리의 전방에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의 의미를 부정하기 위해 온 세계가 동원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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