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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HOMEPLUS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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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희지 Sep 19. 2024

수몰 푸가


  수몰 푸가 

  ─목격자 





  수조의 유리 벽 사이에 두고 나는 우리를 본다. 뻐끔뻐끔 우리. 이따금 지느러미 들썩이는 우리. 물의 단층이 허물어진다. 사람들은 왜 우리가 두렵다고 할까. 텔레비전에서 예능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ː 구역이 있다 배회자들 있다 서로의 이름을 떼어내는 것이 목적으로 이름을 잃은 사람은 죽는다. 죽어. 죽어라. 나의 귀 나쁜 말을 듣고 받아 적는다. 나는 뻐끔거려본다. 벽을 만져본다. 정력적으로 본다. 수조는 단단하고 틈 없이 건강하다. 이따금 밤이 수직으로 쏟아져도 무너지지 않는다. 우리가 물속의 밤을 전유하고 있다. 뻐끔뻐끔. 사람들은 왜 우리가 아름답다고 할까. 우리야 넌 언제까지 아름다워질 요량인가. 나는 지긋이 목 뒤를 눌러본다. 귓불 늘여본다. 누군가 끝의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소식 들리고 그것은 온전하게 텔레비전의 음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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