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에 허우적대는 요즘이다. 막상 겁 없이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으나, 위대한 작가 분들의 연재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자존감이 급하락 했다고 할까.
내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일상글에 불과하지만, 무언가 확고한 주제를 정해놓고
정해진 요일에 연재글이 생초짜 나에게는
더 효율적일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문득 과거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단발머리
중학생소녀시절, 국어시간에 창작시를 지어 발표하는 과제가 있었다. 아이들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자 팁을 하나 주시길 시상이 떠오를 때
단시간에 써 내려가는 게 가장 좋은 글이 탄생할 수 있다고. 나는 숙제기한은 다가오는 데 도무지 시상이 떠오르지 않자 절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등교를 앞둔 주말 새벽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의 힘에 이끌려 미친 듯 10분 만에 시를 완성해서 제출했다. 기간 내 완성했다는 뿌듯함에 홀가분한 마음이 앞섰다. 며칠 후 놀라운 결과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가장 잘 쓴 시라고 호명된 시가 내가 쓴 글이었고, 특별히 시적화자가 되어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덧붙인 말씀으로 추후 국어교과서에 기재될 거라는 말씀에 나는 졸지에 시를 잘 쓰는 아이가 되었다.
그날 이후, 자신감이 붙어 감성에 젖어들 때마다 자작시를 쓰곤 했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흔적들을
발견할 때면 조금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세월이 흘러도 말 한마디, 글 한 줄의 위력은 변하지 않는다.
글은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을 주고, 공감의 대상이 되어주기도 한다.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게 아니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문장들로
사람들의 무한감성을 자극하는 글이야말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의 원천이다.
다독과 다작을 습관화하여 글의 힘을 기르고
또 길러야 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때론 가정과 육아에 얽매어 마음껏 실천하지
못 하는 나태함을 반성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주제로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썼을까? 이런 번쩍이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전해져
왔을까?' 배움의 자세로 다른 이들의 글에 감탄하며, 글쓰기의 위대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부족한 나의 역량을 탓하며 쓰고자 하는 의미를 되짚어 본다.
누군가의 흥미를 일깨우는 글을 써야 할까,
미세한 감성을 자극하는 잔잔한 글을 써야 할까,
그도 아니면 내면 속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글을
써 볼까. 주제가 확고해져야 원하는 글을 쉽게
술술 써 내려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고민이 깊어지다 보니 미로처럼 어지러운 함정에 빠져든 기분이다.
어렵게 칼을 들었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는 심정이 요즘의 요동치는 마음이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일로 승화하기 위한 생초짜 작가의 고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쓰고자 하는 방황의 길을 끝내고, 얻고자 하는 창작의 길로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